정부의 모험자본 확충 기조에 맞춰 증권사 발행어음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은행 예·적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투자 등 모험자본 공급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최근 금융위원회가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에 추가로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내주면서, 내년에는 발행어음 상품 선택지가 한층 더 넓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 간 금리·조건 경쟁도 한층 본격화되며 투자자 유치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늘어나는 상품, 몰리는 고객 수요
지난 17일 금융위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최종 부여했다. 앞서 지난달 키움증권 또한 인가를 받으면서 국내에서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 등 총 7곳으로 늘었다.
인가 증권사가 늘어남과 동시에 발행어음 시장 확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본지가 키움증권을 제외하고 발행어음 상품을 판매 중인 주요 증권사 4곳(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41조5000억원이던 잔액은 올해 4분기(12월 17일 기준) 48조5000억원으로 1년 만에 7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판으로 승부하는 후발주자 키움
발행어음 후발주자인 키움증권은 특판 금리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19일 금융위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뒤, 지난 16일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했다. 키움증권의 기간형 발행어음 수익률은 특판 기준 연 3.45%에 달한다. 특판이 아닌 일반 상품도 3.1% 수익률을 보장받는다. 해당 발행어음 상품의 최소 가입 금액은 100만원이며, 이번 특판의 총 발행 한도는 약 3000억원이다.
키움증권의 특판을 제외하고 1년 기간(만기)형 발행어음 기준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360일 기준 연 3.2%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연 3.05%, 한국투자증권은 2.9% 수익률을 각각 제공한다.
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은행의 적금과 비슷한 형태의 적립식 발행어음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간형 발행어음은 정해진 기간 동안 자금을 묶어두고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한 번에 받는 상품이고, 적립식 발행어음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넣으면서 납입 시점별로 이자가 붙는 상품이다.
현재 적립식 상품을 운용 중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으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1년 기준 연 4.35%, KB증권은 연 4.00% 금리를 내걸고 있다.
◇예금자 보호는 안 돼
다만 발행어음은 은행 예·적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발행 증권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하는 상품인 만큼, 투자자 스스로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신 증권사 재무 건전성에 대한 점검이 필수적”이라며 “금리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발행 구조와 증권사의 신용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