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 실버바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은 가격이 1년 전 대비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인공지능(AI)·전기차 등 차세대 산업에서의 수요 확대에 투자 수요가 빠르게 유입된 데다, 미국의 관세 및 핵심 광물 지정 이슈까지 겹치며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진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급등한 은값에 대해 과열과 조정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은 트로이온스당 67달러 돌파…역대 최고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9일 은 선물 가격은 종가 기준 트로이온스당 67.48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달 초 대비 14.1% 상승한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130.5%에 달한다.

은값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트로이온스당 30달러 수준에서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며 불과 1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은의 시가총액은 3조7930억달러로 금, 엔비디아, 애플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3조725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은값 급등과 함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빠르게 늘고 있다. 21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글로벌 시장에서 은 현물 ETF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로 약 14억92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국내에서도 지난주 KODEX 은선물(H)에 가장 많은 자금(397억원)이 몰렸다.

◇AI·전기차가 끌어올린 산업 수요

은값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산업용 수요 확대가 꼽힌다. 최근 AI 서버, 전기차, 로봇, 태양광 등 차세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은 수요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미국 지질조사국(USGS)가 은을 ‘중요 광물(Critical Minerals)’로 지정한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은이 중요 광물로 지정되면서) 관세 또는 무역제한 조처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관세 없으면 급락 가능성도”

증권가에서는 은이 금 대비 저평가돼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전망과 함께 단기 조정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옥 연구원은 “은은 1970∼80년대 원자재 급등기 당시 기록했던 최고치를 최근까지 경신하지 못한 몇 안 되는 자산으로 금 대비 저평가 되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장기적으로 금이 오르는데 은이 따라서 오르지 않은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2026년에도 금 랠리에 편승할 전망”이라며 내년 목표가격으로 온스당 100달러를 제시했다.

반면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은은 금에 비해 실물 시장 규모가 작아 투자 수요가 가격을 크게 흔드는 구조”라며 “만약 미국이 은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할 경우, 그동안 반영된 우려가 해소되며 가격이 빠르게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