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이효석 HS아카데미 CFA가 21세기 투자 방법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공지능(AI)이 확산하지만, 고금리와 자산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어지러운 투자 환경에서 재테크 해법을 찾으려는 현장 방문자는 이날 1만여 명에 달했다. 박람회장에선 “과거에 통하던 재테크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연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금, 달러로 불확실성 대비”

빅데이터 전문가인 다음소프트 출신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 작가는 지금을 ‘대마불사(大馬不死)’에서 ‘대마필사(大馬必死)’로 넘어가는 ‘전환기’로 규정했다. 그는 “과거에는 크고 무거운 조직이 안전했지만, AI 시대에는 의사 결정이 느린 구조일수록 위험해진다”며 “AI를 활용해 빠르게 판단하고 실행하는 가벼운 구조만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이효석 HS아카데미 CFA는 투자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20세기에는 저평가된 자산을 사서 가치로 회귀할 때 파는 전략이 통했지만, 21세기에는 전 세계 자본과 정보가 동시에 움직여 그런 기회를 찾기 어렵다”며 “이제는 시대 흐름과 맞물려 가치가 커지는 자산을 오래 보유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호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특임교수는 내년 경제를 둘러싼 최대 변수로 ‘관세’와 ‘통상 환경’을 꼽았다. 그는 “내년 성장률 전망만 보면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반도체 호황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라며 “미·중 갈등과 관세 정책은 단기간에 끝날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투자는 개별 기업 실적뿐 아니라 해당 산업이 관세·통상 환경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이런 환경에서 방어 자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환율·통화 정책을 모두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시장의 방향성이 자주 뒤집힐 수 있다”면서 “이럴수록 금과 달러 같은 자산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로 담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강연을 듣기 위해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주식·ETF는 “구조와 시대 중심주를 보라”

주식 투자에 대해 연사들은 공통적으로 단순히 ‘뭐가 유망한가’를 예측하기보다 구조와 원칙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퍼 개미의 전설’이란 별명을 가진 남석관 베스트인컴 회장은 “미국 금리가 주식 투자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평생 기억하라”며 “큰 수익은 시대 중심주에서 나기 때문에 평소 시장을 매일 들여다보고 신문도 읽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기본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여름까지는 주식 시장이 괜찮을 것”이라며 “로봇, 유리기판, 지방선거 관련주를 눈여겨보라”고 했다.

김남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본부장은 “주식에 100% 넣는 포트폴리오는 상승기엔 좋아 보여도 하락기엔 버티기 어렵다”며 “한국과 미국의 주식과 채권을 적절히 섞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했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팀장은 “닷컴 버블과 달리 지금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은 실제 실적과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AI 열풍을 무조건 거품으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했다. 다만 그는 “지수가 오를수록 하루 변동 폭이 커지는 구간이 반복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부동산 “규제 피해 다니는 시대는 끝”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사장은 “규제를 피해 다니는 게임은 끝났다”고 했다. 그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기다리다 보면 결국 기회는 사라진다”며 “여러채를 나눠 접근하기보다 자산을 모아 한 번에 상급지 실거주 로 이동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공급이 막힌 서울·수도권 핵심 입지에는 자금 여력을 갖춘 수요가 계속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19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사장이 규제를 이기는 투자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12.19. / 고운호 기자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 세무사는 자녀 등에 대한 자산 이전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사후 상속 부담은 줄이기 어렵다”며 “생전에 여러 차례 나눠 증여하면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생전 10년을 한 주기로 증여해 자식들에게 적시에 거름을 주라”며 “재산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간 분쟁을 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