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

트럼프 행정부가 대마초의 연방 마약 분류 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뉴욕증시에 대마초 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개별 주식은 물론 미국 대형 대마초 사업자(MSO)와 관련 종목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도 단기간에 큰 폭으로 뛰었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승이 “전형적인 정책 이벤트성 ‘랠리’”라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증시에서 16일(현지 시각) 트룰리브(TCNNF)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 넘게 폭등했다. 11일 대비 상승률은 77.8%에 달한다. 트룰리브는 미국 플로리다를 기반으로 한 최대 규모의 대마초 사업자다. 이 외에도 큐라리프(CURLF)와 그린 썸 인더스트리즈(GTBIF) 주가도 11일 대비 각각 68.6%, 49.8% 급등했다. 미국 대형 대마초 사업자에 집중 투자하는 ETF인 ‘어드바이저셰어스 미국 순수 대마초 ETF(MSOS)’와 글로벌 대마초 기업을 담은 ‘ETFMG 대체 농업(대마초) ETF(MJ)’ 역시 같은 기간 각각 71.5%, 53.7% 상승했다.

◇ 정가 관측에서 대통령 발언까지… 정책 기대가 주가 자극

이번 대마초주 랠리는 12일(현지 시각) 폴리티코 등 워싱턴 정가 소식지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마초를 연방 통제물질법(CSA)상 1등급(Schedule I)에서 3등급(Schedule III)으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대통령 권한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본격화됐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그동안 대마초를 3등급으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공청회와 내부 검토 절차가 장기화되며 정책 결정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행정부 차원의 결단 가능성이 거론되자, 그간 억눌려 있던 기대가 주가에 한꺼번에 반영됐다.

이 같은 소식은 주말 사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투자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어 1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마초 재분류와 관련해 “매우 강력하게 보고 있으며 이번 주 내 마무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외신 보도와 정가 관측 수준에 머물던 이슈가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사실상 공식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구조적 성장보단 이벤트성 상승… 장기 투자엔 한계”

아직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대마초주에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관련 소식은 국내 주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점차 언급 빈도가 늘어나며 관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이 같은 흐름과 관련해, 이번 대마초주 급등을 장기 추세로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정책 이벤트에 따른 단기 변동성 국면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대마초 관련 ETF와 종목의 급등은 실적 개선이나 산업 펀더멘털 변화보다는 정책 이벤트에 대한 민감도가 단기간에 가격에 반영된 전형적인 이벤트 드리븐 랠리”라고 분석했다. 대마초가 3등급으로 재분류될 경우 미국 대마초 기업들의 비용 구조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이들 기업의 실효세율은 60~80%에 달해, 재분류는 수익성 측면에서 분명한 호재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는 연방 차원의 전면 합법화와는 다른 문제로, 주(State) 간 유통 제한과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제약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캐나다가 전면 합법화를 시행한 이후에도 대마초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사례는 이러한 한계를 보여준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마초 ETF의 연간 변동성은 60~80% 수준으로 일반 섹터 ETF보다 현저히 높다”며 “정책 뉴스 국면에서는 단기 매매와 밈(meme) 투자 성격이 강화되는 경향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마초 ETF는 정책 이벤트에 대한 전술적 노출 수단으로는 활용 가능하지만, 구조적 성장 산업을 전제로 한 장기 보유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