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로이터 연합뉴스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한때 가장 사랑했던 주식 ‘테슬라’ 열기가 눈에 띄게 식고 있다. 테슬라는 한때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주식이었지만, 올해 들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참여에 따른 주가 급락, 전기차 수요 둔화 등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이탈도 가속화됐다.

◇작년 1위 → 올해 13위…순매수 순위 급락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1월 1일~12월 12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은 알파벳(19억 달러), 2위는 비트마인(13억2800만 달러)이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1위는 테슬라(약 11억 달러)였지만, 올해 테슬라는 서학개미 순매수 14위로 밀려나며, 순매수액이 2위 비트마인의 절반 수준인 6억9428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다만 보관잔고 기준으로는 여전히 테슬라가 1위(278억 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는 전월(291억 달러) 대비 감소한 수치로, 지난달부터 테슬라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학개미들이 상당 부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는 상승세지만...오너 리스크 발목

실제로 올해 테슬라는 투자심리 측면에서는 적잖은 부담 요인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관여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면서, 그의 잦은 발언과 행보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형 기술주에 주로 투자하는 이모(28)씨는 “최근 적금을 깨서 구글은 추가 매수했지만, 테슬라는 CEO 리스크가 부담돼 투자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며 “일론 머스크의 발언 하나에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성이 큰 기업보다는 실적 흐름이 꾸준한 종목에 자금을 싣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 가격 인하 경쟁 심화 등으로 전기차 섹터 전반의 매력도 하락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일 로이터통신이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3만9800대로, 전년 동월(5만1513대) 대비 약 23% 감소했다. 2022년 1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 월가에서도 외면, 향후 전망은

다만 최근 테슬라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 상승 마감했다. 최근 한 달간 테슬라 주가상승률은 13.5%로, 같은 기간 나스닥 상승률(1.3%)을 크게 상회했다. 머스크의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의 상장 소식과 미국 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 방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월가에서는 엇갈린 전망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테슬라를 분석하는 34명의 애널리스트 중 현재 테슬라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 중 12명에 해당하는 39% 정도만이 ‘매수(Buy)’ 의견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 또한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와 향후 12개월간 변동성 확대 위험을 이유로 테슬라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모건스탠리가 테슬라 의견을 낮춘 것은 2023년 6월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이다.

반면 도이체방크는 최근 내년 자동차 시장전망에서 테슬라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하며 목표 주가를 470달러로 설정했다. 에디슨 유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거시경제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은 자동차 사업의 약점을 넘어 다른 분야를 계속해서 고려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테슬라가 자동차 이외 다른 산업군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