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챗GPT 달리

지난달 증시 조정 국면에서도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바이오주가 이달 들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2.4% 하락했다. 이 기간 주요 업종별 KRX 지수 가운데 ‘KRX 300 필수소비재’(-2.5%)에 이어 두 번째로 저조한 성과다. ‘KRX 헬스케어’ 지수와 ‘코스닥 150 헬스케어’ 지수도 각각 1.2%, 6.6% 내렸다. 이에 ‘TIGER 코스닥150 바이오테크’(-7.4%),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2.2%), ‘RISE 바이오TOP10 액티브’(-1.8%) 등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동반 하락했다.

지난달만 해도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으로 반도체·AI주가 흔들리는 사이, 상대적으로 실적과 기술 가시성이 부각된 바이오주가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이에 KRX 헬스케어와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각각 8.7%, 8.2% 상승하며 같은 기간 전체 KRX 지수 가운데 상승률 1·2위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바이오주의 부진을 ‘건강한 조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글로벌 제약 산업 구조 변화가 맞물리며 바이오 섹터의 중기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리 인하 진입… “밸류에이션 재평가”

대신증권은 2026년까지 제약·바이오 산업의 구조적 우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구간에서는 할인율(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 축소로 신약 개발 중심의 바이오텍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재평가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서 임상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연구·개발(R&D) 동력을 보유한 중소형 바이오텍이 시장 평균 대비 우수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신증권은 글로벌 제약 산업의 구조 변화에 주목했다. 이 연구원은 “2030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69개의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고, 빅파마(대형 제약사)는 약 2560억달러 규모의 매출 공백에 직면해 있다”며 “이에 따라 비용 효율화와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외부 기술 도입과 위탁 생산(CDMO) 수요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 이전(L/O)과 파이프라인 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올릭스 등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기술 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코스닥 정책·수급 기대도

연말 수급 부담 역시 예년보다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상 연말이 되면 바이오주는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한 매물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창업자·최대 주주 중심의 지배 구조를 갖고 있어, 주가 상승 시 대주주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이러한 수급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바이오텍 주가 상승으로 연말 대주주 양도소득세 관련 수급 우려가 존재하지만, 코스닥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 심리는 우호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한 조정 폭은 과거 대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 연구원은 소득공제 한도 상향,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율 확대,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을 주요 수급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함께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수급 혜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 상장 추진과 내년부터 시행될 코스닥 상장 요건 강화는 좀비 기업 퇴출과 함께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내년 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비만·신경퇴행성 질환 및 RNA(리보핵산) 치료제 관련 임상 이벤트도 대기 중이다. 허 연구원은 “CNS(중추신경계)나 RNA 분야에서 단 한 건의 의미 있는 기술 이전만 나와도 관련 바이오텍 전반으로 투자 심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