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배당 성향이나 배당금 증가율이 기준에 ‘살짝 못 미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미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한 고배당주보다도, 배당을 소폭만 늘려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오히려 주목받는 분위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2026년 1월 1일 이후 지급되는 배당분부터 즉시 적용되는 만큼, 증권가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기업별 배당 정책이 단기간에 변동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조금만 더 늘리면 혜택”… 배당 올릴 유인 생긴 기업들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배당 성향(총 현금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40%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금이 감소하지 않거나, 배당 성향이 25% 이상이면서 배당금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해야 한다. 배당 성향은 2025년 사업 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배당금 증가율 역시 직전 연도와의 비교를 통해 판단된다. 하나증권은 이 기준을 완전히 충족한 기업뿐 아니라, 기준선에 소폭 못 미치는 기업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확정된 배당 분리과세 기준에 충족하는 기업은 물론이지만, 특히 현재 분리과세 기준에서 소폭 미달하는 기업들의 배당 상향 공시 가능성에 대한 주가 임팩트는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배당분부터 즉시 적용되는 만큼 현재는 배당 분리과세 막바지 국면으로, 기업별 배당 정책의 급변동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 및 연초 배당 공시에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배당성향이 27.1%로 25%를 넘지만 배당금 증가율은 3.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하나금융지주, HMM, 삼성에스디에스, 한미반도체, 대한항공, CJ 등도 배당성향은 기준을 충족하지만 배당 증가율이 10%에 못 미치는 종목군으로 분류된다. 이들 기업은 배당금 증가율을 소폭만 상향해도 분리과세 대상에 편입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SK가스와 BNK금융지주는 배당 성향이 각각 26%대, 배당 성장률이 9% 안팎으로 전망돼 기준선까지의 거리가 가장 짧은 종목으로 꼽힌다. KB금융 역시 올해 배당금 증가율은 17%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당 성향은 24%대에 머물러 있다. 배당 성향을 25% 수준으로 소폭 상향할 경우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자 노리던 자금, 배당주로 이동하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으로 기업이 배당을 늘릴 경우 이를 받아줄 투자자 수요가 이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리과세 적용 기준이 ‘사업연도’에서 ‘지급 시점’으로 변경되면서 세제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는 시점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정부 초안에서는 2026 사업연도에 발생한 배당부터 분리과세를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수정안에서는 2026년 이후 지급되는 배당으로 기준이 완화됐다. 이에 따라 2025년 4분기 실적에 대한 배당이 2026년 3월에 지급될 경우에도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상장사의 연간 배당금 가운데 4분기 배당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소득세 인하 효과가 체감되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초안과 달리 수정안에서는 2026년 이후 지급한 배당으로 기준이 완화돼, 2025년 4분기 배당금 역시 분리과세 대상이 된다”며 “절세를 기대하는 자금의 유입 시점이 2026년 2분기가 아닌 1분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연간 이자소득 2000만원 이상 납세자의 총 이자소득은 약 1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해당하는 예금 규모는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200조원을 웃돈다. 염 연구원은 “2026년 1분기 중반부터 이자소득에서 배당소득으로의 이동이 예상되며, 이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수급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