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국내 시가총액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지 하루만에 한국거래소가 제도 개선을 시사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경우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는 제도가 올해 코스피 상승장에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대형주들의 발목까지 붙잡으며,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을 넘어 ‘코스피 5000′을 위한 시장 구조 개편 논의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 하루만에 “제도 검토”

11일 오후 한국거래소는 SK하이닉스 투자경고 종목 지정 관련, “SK하이닉스의 매매 상황을 고려해 투자 경고 종목 지정요건을 단순 수익률이 아닌 주가 지수 대비 초과수익률 기준으로 변경하고, 시가 총액 상위종목 제외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총 2위 종목의 ‘투자경고’ 지정으로 커진 투자자 반발을 잠재우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날 SK하이닉스 종목 토론방에서는 “이유 없는 주가 조정에 대해 투자 경고를 지정해야지, 무조건 주가 올랐다고 투경하는 법이 어딨냐” “하이닉스랑 코스닥 잡주랑 같은 규정을 적용하면 어떡하냐” 등의 투자자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투자 경고 종목 지정 영향으로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75% 하락한 5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2일에는 장 초반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오전 9시 35분 기준 1.95%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 경고, 어떻게 지정되나

투자 경고 종목은 초단기·단기·중장기·초장기 구간별 가격 급등락 여부와 투자주의 종목 반복 지정 여부 등에 따라 세부 기준이 나뉘며, 일정 기간 내 상승률·종가·계좌별 매수 관여율 등 지표가 요건을 충족할 경우 지정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초장기상승 불건전 요건에 따라 투자 경고로 지정됐다. 2023년 신설된 해당 요건은 유동성이 작은 중소형주를 장기간에 걸쳐서 시세 조정한 일명 ‘라덕연 사태’ 이후 만들어졌다. 지정일 종가가 1년 전날 종가보다 200% 상승하고, 최근 15일 종가 중 가장 높은 가격이며, 최근 15일 중 매수 관여율 상위 10개 계좌 관여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가 4일 이상인 경우에 지정된다.

◇올해 코스피에서만 ‘투자 경고’ 79번

다만 올해같은 상승장에서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대형주들까지 ‘투자 경고’ 대상이 되기 쉬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자 경고를 받은 종목은 SK하이닉스 포함 79개에 달한다. 전체 시장으로 넓히면 올해에만 총 380개 종목들이 투자 경고 지정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말일까지 252개 종목이 투자경고 지정을 받았고, 그 중 코스피 종목은 47개에 불과했는데, 1년 사이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 코스피 투자경고 지정 종목 가운데는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코스피 시총 상위를 차지하는 대형주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 대부분이 증시 호황의 영향으로 주가 상승률이 크게 올랐지만, 당국의 규제가 과도하게 작동해 정상적 가격 형성까지 제약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400조원 규모의 기업이 단순히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투자경고 대상이 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기업별 규모나 재무 구조, 업황 등 질적인 판단 요소가 함께 반영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