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성동구 스테이지 엑스 성수도원에서 열린 애플(Apple)의 국내 첫 게임 쇼케이스에서 참석자들이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이번 쇼케이스에는 넷마블, 데브시스터즈, 컴투스, 크래프톤, NC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 개발사 5곳이 참여했다./연합뉴스

올해 국내 증시에서 게임주는 단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주요 테마 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지수가 ‘KRX 게임 TOP 10’ 지수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이 지수는 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72.3%)와 코스닥지수(37.9%) 상승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주요 테마 지수 중 KRX 게임 TOP 10 다음으로 부진한 ‘KRX 리츠 TOP 10’ 지수(+13.7%)와도 큰 격차를 보였다. 사실상 올해 게임주는 증시 내 ‘압도적인 꼴찌’였던 셈이다.

시프트업(-39.4%), 위메이드(-21.3%), 크래프톤(-20.8%) 등이 올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넥슨게임즈(-5.6%), 넷마블(-4.5%), 카카오게임즈(-3.4%) 등도 약세를 보였다. 일각에선 디지털 소비 트렌드 변화와 산업 구조적 한계가 맞물리며 게임 업종이 장기 침체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체된 모바일 시장·높아진 개발비… 중국과의 경쟁까지 겹쳐

올해 게임주의 극심한 부진은 단순한 사이클 조정보다 산업 구조의 피로감이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은 약 7조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2021년(8조1000억원)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19 이후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숏폼(짧은 형식의 동영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게임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신작 개발 기간은 길어지고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대박’을 낼 확률은 낮아지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게임은 출시 직후 매출이 빨리 꺾이고 흥행 성공률도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신작이 지연되면 기대감이 오히려 주가 하락으로 돌아오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비는 늘지만 성공 확률은 줄어드는 구조적 모순이 심화된 셈이다.

국내 업체들이 직면한 또 다른 변수는 중국 게임사의 공세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출시되는 중국 게임들은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과금 강도를 낮추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게임사들이 과거와 달리 이용자당 매출(ARPU)을 높게 설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타 업종이 올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수급이 이탈한 점도 게임주 부진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신작과 비용 구조 개선,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기대

증권가가 바라보는 내년 게임주에 기대하는 반등 요인 중 하나는 신작이다. DS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작의 ‘무게감’이 올해보다 확실히 높다면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 글로벌’, 넷마블의 ‘몬스터 길들이기’ 등을 대표적인 기대감으로 꼽았다. 최승호 연구원은 “이런 게임들이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빅히트’를 기록한다면 게임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변할 수 있다”면서 “산업 성장률이 높지 않고 경쟁이 더욱 심해진 상황에서 게임주의 장기적 재평가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낙폭이 과도했던 만큼 신작 중심 트레이딩 매력은 높아진 국면”이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으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도 유효하다. 남효지 연구원은 “구글–에픽게임즈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외부 결제가 허용되고 인앱 결제 수수료 인하 흐름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게임사들이 내년부터 자체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면 지급 수수료 절감 효과가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글 등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 비중이 높았던 엔씨소프트, 넷마블, 더블유게임즈 등이 대표적인 수혜가 될 것이라는 게 남 연구원의 설명이다.

정책 환경 변화도 관심사다. 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중소형 게임주에 수급 개선 요인이 될 수 있다. 이효진 연구원은 “현재 3% 수준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5% 안팎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감안해 보면 시가총액이 보유 현금 수준까지 떨어진 게임사들은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