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노믹스 이성욱 대표이사(오른쪽)와 홍성우 부사장이 5일부터 7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5)’에 참석했다. /알지노믹스

올해 내내 위축돼 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4분기 들어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월부터 이달 9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 12개(스팩·리츠 제외) 중 8개(66%)가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 대비 ‘따블(2배)’ 이상을 기록하며 공모주 투자 심리가 빠르게 살아났다. 같은 기간 신규 상장 기업들로 구성된 ‘KRX 포스트 IPO’ 지수도 23.7% 상승해 코스피(21%), 코스닥지수(10.6%) 상승률을 모두 앞섰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특히 7월부터 기관 배정 물량의 40% 이상에 의무 보유 확약이 적용되면서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이 크게 줄어든 점이 시장 회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상장 종목들의 평균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87%에 달했다”며 “유통 가능한 물량이 제한되면서 주가가 빠르게 탄력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10월 110% → 11월 143%’… 숫자로 확인된 4분기 IPO 반등

4분기 IPO 강세는 월별 데이터에서도 뚜렷하다. 본지가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활용해 올해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10월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종가 상승률은 평균 110.2%, 11월은 142.9%로 나타났다. 이는 1~9월 평균(44.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종목별로는 지난달 7일 상장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 장비 기업 이노테크가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300% 올랐고, 지난달 13일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 연구 자동화 기업 큐리오시스도 300% 폭등했다. 노타(240.7%), 씨엠티엑스(117.5%) 등도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100% 이상 상승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상장 한 달 뒤 수익률(상장 한 달이 지나지 않은 경우 12월 9일 종가 기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1월 상장 종목의 상장 한 달 뒤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94.4%로, 1~9월 평균 27.2%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명인제약(10월 1일 상장)이 4분기 첫 ‘따블’을 터뜨리며 관망세를 깨고 분위기를 전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12월은 보통 비수기지만… 올해는 예외, ‘연말 IPO 러시’ 이어진다

통상 12월은 기업들이 공모 일정을 피하는 비수기지만, 올해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지난 4일 상장한 에임드바이오가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300% 상승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9일 상장한 테라뷰 역시 공모가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2023년과 2024년 12월 상장 종목 수가 각각 6개에 그쳤던 것과 달리, 올해 12월 상장 예정 종목은 10개에 달한다.

이달에는 10일 페스카로, 11일 이지스, 12일 쿼드메디슨, 15일 티엠씨, 16일 아크릴, 17일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18일 알지노믹스, 29일 세미파이브 등 연말까지 상장 일정이 촘촘하게 잡혀 있다.

이 중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종목은 알지노믹스와 세미파이브다. 알지노믹스는 지난 5~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 학술 대회’에서 항암 유전자 치료제의 첫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알지노믹스는 2026년 임상 데이터와 추가 기술 이전 성과에 따라 기업 가치 상승 여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파이브 역시 구글의 ‘제미나이 3.0 프로’ 출시 이후 주문형 반도체(ASIC)의 중요성이 커지며 기대감을 받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테크의 맞춤형 ASIC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인공지능(AI) ASIC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며 “세미파이브는 빅테크와의 개발 경험과 차별적인 반도체 설계 플랫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