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정부가 고환율의 배경 중 하나로 언급할 정도로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2023년 말 680억2300만달러에서 2024년 1121억200만달러로 늘었고, 이달 5일 기준 1666억5500만달러(약 245조원)까지 증가했다. 2년 새 보유 규모가 2.4배 가까이로 급증한 셈이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의 향방은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수익률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S&P500지수는 2022년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2020년 16.3%, 2021년 26.9% 급등한 뒤 2022년 -19.4%로 조정을 받았지만, 2023년(24.2%)과 2024년(23.3%) 다시 강한 반등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 8일(현지 시각)까지 16.4% 오르며 6846.51을 나타냈다. 이처럼 고수익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에도 상승장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I 투자·지원 정책·이익 개선이 동력

금융 회사 오펜하이머는 내년 S&P500 지수가 810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며 주요 IB 중 가장 높은 목표치를 제시했다. 8일 종가 대비 약 18%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오펜하이머는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의 ‘예상 밖 회복력’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올해 대부분의 분기에서 기업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았고, 소비도 심리 지표와 달리 실제 판매 데이터에서는 견조함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전환,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 인공지능(AI) 중심의 혁신 투자 확대가 더해져 2026년에도 기업 이익 개선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IT·경기 소비재·산업재 업종을 비중 확대로 추천하며 “혁신과 이익 성장의 결합이 상승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7800을 제시한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도 정책 환경 개선과 AI 확산에 따른 이익 증가를 근거로 강세장을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재정·통화·규제 완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이례적 정책 환경 아래 미국 기업의 실적 우위,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웰스파고 역시 가계 자산 증가와 소비 회복이 기업 실적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7500선을 제시한 UBS는 “기업 실적이 내년 S&P500 상승의 주된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HSBC 역시 “AI 설비 투자 경쟁이 내년 시장을 주도하며 1990년대 닷컴 초입과 유사한 장기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기본 시나리오로 7500을 제시했지만, 금리 인하 폭 확대나 AI 생산성 개선 속도에 따라 8000선도 가능하다는 강세 시나리오를 열어뒀다.

◇밸류에이션·중간선거는 변수

상승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부 기관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을 부담 요인으로 지적했다. 7200~7500선을 예상한 골드만삭스는 “상승 여지는 있지만 밸류에이션이 높아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AI 투자 확대와 견조한 실적이 우상향 흐름을 지지할 수는 있지만, 현재 높은 멀티플(주가 배수)이 향후 상승의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은 “앞으로의 지수 상승은 멀티플 확장보다 실적 증가에 의해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며, 금리 인하 기대 역시 강한 랠리를 견인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주요 IB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7100을 제시했다. AI·데이터센터 투자 급증으로 기술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둔화하고,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로 시장 유동성이 약해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2026년이 미국 중간선거 해라는 점도 잠재적 변동성 요인으로 거론된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투자 리서치 업체 CFRA의 샘 스토벌 전략가는 “1946년 이후 중간선거 해의 S&P500은 연중 고점 대비 평균 18%의 최대 낙폭을 기록해 4년 주기 중 변동성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