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박스권에 머물던 코스피 시가총액 1,2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흐름이 상승세를 보이며, 연말 ‘산타 랠리’의 주역이 될 지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 가는 반도체 대장들
8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1% 오른 10만9500원에 장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11만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11만전자’에 오른 건,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이다. 장 초반 약세를 보였던 SK하이닉스 또한 이날 6.1% 오른 57만7000원에 장 마감하며, 나란히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이기도 한 이들 기업은 지난달 초까지 코스피 4000을 견인하며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지난달 초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에서 AI 버블론이 불거지며 하락 횡보하던 두 기업 주가는 이달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대비 삼성전자 주가는 8.6%, SK하이닉스는 7.2% 상승했다.
◇돌아온 외국인, 반도체부터 담았다
최근의 상승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 종목 1위는 삼성전자로, 1조150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도 외국인 순매수 3위에 올랐는데, 이 기간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를 2066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과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지난달까지만해도 외국인은 두 대형주에 대해 ‘팔자’ 행렬을 보여왔다. SK하이닉스(-8조7309억원)는 11월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이었고, 2위 또한 삼성전자(-2조2292억원)였는데, 이달 들어서는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메모리 수퍼사이클 진입...美 빅테크 실적은 변수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수퍼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두 기업의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사이클 본격화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 D램, eSSD 등 메모리 전반에서 수요가 강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제한적인 공급 여력 속에 공급자 우위가 지속되며 실적 개선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 또한 “D램 산업이 제한적인 증설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전례 없는 수요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범용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HBM 공급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11일과 12일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실적이 공개되는데, 이들 기업의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경우 ‘AI 거품론’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주가 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오라클 실적은 마진 등이 담보되는 실속 있는 성장을 증명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시장은 오라클을 통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우려를 잠재우고 지속적인 상승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잠시 쉬어갈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