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정부의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로 SK하이닉스의 증손회사 등에 투자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포럼은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국내 자본시장 전문가 100여 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포럼은 9일 논평에서 현재 정부가 첨단 산업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예정인 점을 거론하며, 이런 움직임 속에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SK하이닉스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현재 지주회사 체계에서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100% 보유해야 하는데, 이번 규제 완화안의 핵심은 증손회사 지분율 제한을 50%로 줄이고 지주회사에 금융리스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SK(주) 같은 대기업은 다수의 증손회사를 통해 정부 지분 투자 및 저리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남우 포럼 회장은 “하이닉스가 50% 지분을 가진 조인트벤처(JV)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국민성장펀드의 지분 투자와 저리 대출을 받아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이것을 리스 방식으로 빌려서 사용하려는 의도”라며 다른 대기업들도 정부의 지분 투자 및 저리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포럼 측은 특히 기업거버넌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정부 지분투자를 받아 합작 증손회사를 설립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 향후 반도체 매출 비중이 희석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며 “기업거버넌스 후퇴라고 인식되어 시장이 매우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닉스는 2027년 말이면 차입금 없이 순현금만 100조원에 달해 자체 자금으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 포럼은 “자본이 필요하다면 SK하이닉스는 ADR(미국 주식예탁증서) 신주를 발행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부가 최근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선정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박현주 회장의 경우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면서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 서정진 회장은 가족 문제와 경영권 승계 문제 등 투명성 관련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이남우 회장은 “국민성장펀드의 지분 투자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면 안 된다”며 “무리한 추진은 상법 개정 효과를 반감시키고 외국 자금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