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는 3일 일본 ‘도쿄 빅 사이트’에서 개최된 ‘일본 국제 로봇 전시회 2025’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ile Eccentric Droid, MobED)’의 양산형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현대차·기아의 차세대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가 험난한 지형을 주행하는 모습./현대·기아차 제공

올해 내내 지지부진하던 현대차 주가가 12월 들어 급반등하고 있다. 올 들어 11월 말까지 현대차 상승률은 23.3%로 같은 기간 코스피(63.6%)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5위였던 현대차는 지난 6월 한때 시가총액 순위가 9위까지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8일까지 코스피가 3920선에서 4150선까지 5.8% 오르는 동안 현대차 주가는 26만1500원에서 31만5500원으로 20.7%나 뛰었다. 연중 내내 주가를 짓눌렀던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난 데다, 시장에서 현대차를 ‘전통적 자동차 회사’가 아닌 ‘인공지능(AI) 기반 모빌리티·로봇 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뚜렷한 재평가 흐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시가총액 순위도 6위로 다시 올라섰다.

◇관세 불확실성 해소가 반등 계기

현대차의 올해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의 관세 이슈였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 전반에 퍼졌다. 이에 올해 초만 해도 21만원 선이던 현대차 주가는 관세 이슈가 불거진 4월 11일 17만원대로 내렸다. 올해 10월까지 이어진 관세 부담으로 현대차의 올해 3분기 매출은 46조721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2% 감소한 2조5373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미국 관세율이 15%로 인하됐고, 1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면서 시장을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SK증권은 내년 현대차의 연간 관세 비용이 약 4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관세 부담을 절반 가까이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비율이 최근 13%대로 확대되고 있고, 현대차의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점유율도 5%대에서 8~9%까지 상승했다”며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향후 평균 판매 가격(ASP) 상승과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로봇·SDV가 기업 가치 높여

최근 주가 상승을 이끄는 또 다른 핵심 요인은 현대차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AI 기업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다. 삼성증권은 8일 보고서에서 현대차 목표 주가를 기존보다 17.6% 상향한 40만원으로 제시하며 “2026년부터 데이터센터 구축, 로봇 상용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차의 기업 성격이 완성차에서 AI 기업으로 전환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신증권도 이날 “자동차와 로봇 성장 동력이 부각됐다”며 현대차의 목표 주가를 기존 대비 32.4% 올린 45만원으로 제시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엔비디아 GPU(그래픽 처리 장치) 5만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만 약 6조원으로 추정되며, 현대차가 발표한 ‘국내 125조원 투자 계획’ 중 71%(약 89조원)가 미래 신산업·연구개발(R&D)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는 자율 주행·로봇·SDV 등 ‘피지컬 AI’ 기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CES에서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공개와 실증 테스트가 시작되고, 하반기부터 SDV 양산이 본격화되면 현대차의 방대한 주행 데이터가 AI 학습에 직접 활용된다”며 “AI 기업으로의 전환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하는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자율주행·로봇을 모두 추진하는 제조사는 전 세계에서 테슬라, 현대차그룹, 중국 전기차 업체 4~5곳에 불과하며, 기술 전환이 가시화될수록 현대차 밸류에이션은 중국 상위 전기차 기업 수준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