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7원 내린 1468.8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초에만 해도 1420원대였던 원화 환율은 지난 한 달간 3% 가량 상승하며, 1400원대 중반이 ‘뉴 노멀’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 엔화 대비 달러 등 환율이 엇갈리는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환테크’가 가능한 상품들을 주목하고 있다. 동일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환율 노출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뚜렷해지면서 환노출 상품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 탓에 지수보다 낮았던 환헤지 ETF 수익률
4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S&P500를 기초지수로 삼는 국내 상장 ETF 가운데 지난 한 달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TIGER 미국S&P500으로, 3.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운용사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S&P500을 추종하는 환노출형 ETF들은 이 기간 대부분 3% 초반대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같은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상품명 뒤에 ‘H’가 붙은 환헤지형 ETF들의 경우 수익률은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환율을 제외하고 모든 조건이 동일했던 TIGER미국S&P500(H)의 경우 월간 수익률은 1.5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자체 상승률이 2.23%였던 것보다 낮은 수준이다. 환헤지형 ETF들은 환율을 차단해 둔 만큼 달러 강세가 오히려 지수 상승분을 상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엔화 강세에 엔화노출 S&P500 ETF는 수익률 상위권
최근에는 엔화 노출형 ETF들이 ‘환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S&P500 지수 추종 ETF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건 SOL미국S&P500엔화노출(H)로, 3% 수익률을 올렸다. 2위 또한 2.3% 수익률을 올린 RISE미국S&P500엔화노출(합성H) ETF가 차지했다.
이는 최근 엔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가격이 올라갈 경우, 엔화로 미국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들은 지수 상승분에 더해 엔화 가치 상승분까지 얻을 수 있다. 지난달 20일 달러당 157엔 수준이었던 엔화 환율은 최근 155엔으로 하락했다. 이에 더해 최근 일본은행이 이달 19일에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면서 엔화 가치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원화 약세 엔화 강세 계속될까
전문가들이 연말까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대 중반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9월 중순 고착화된 달러 매수, 원화 매도 우위 구도가 환율 추가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12월 환율 하단을 1450원으로 전망했다. NH선물 이재현 연구원은 또한 최근 “2026년 원화 환율은 1410원~1540원 사이 형성될 예정으로, 결국 평균 1450원선에서 강달러 지속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했다.
엔화 강세 또한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재정확대 정책이 단기적으로 엔화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의 통화 정책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되면서 향후 10년간 엔화가 달러당 100엔 수준까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미·일 금리 차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것이고 이는 순환적인 엔화 강세 요인이 될 가능성”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