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HBM4를 둘러보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가 구글의 차세대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에 탑재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4 퀄테스트(품질 검증)에 최종 통과, 내년 공급 물량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공급하던 HBM3E까지 포함해 올해 대비 3배 이상 물량을 수주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혹 탄(Tan) 브로드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주 초 방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과 만나 HBM4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컴은 구글 TPU의 설계 및 생산 허브로, HBM과 같은 핵심 부품의 조달·통합·인증을 맡는 실질적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혹 탄(Tan) 브로드컴 CEO와 전영현(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각사

업계 관계자는 “혹 탄 CEO가 관련 임원들을 데리고 와 삼성전자와 논의를 마쳤다”며 “2028년까지 HBM 공급 계약을 요구했는데, 삼성 측이 일단 내년 물량만 확답을 주고 추후 물량은 다시 논의하는 걸로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 구글의 7세대 TPU에는 5세대인 HBM3E가, 내년 8세대 모델에는 6세대인 HBM4가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브로드컴과 맺은 공급 계약은 삼성의 연간 HBM 생산 능력(캐파)의 절반에 달하는 물량이다. 브로드컴이 더 많은 물량을 요청했으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용 공급 물량 때문에 삼성 측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 3’ 공개 이후 그간 엔비디아 GPU 중심으로 구축됐던 AI 생태계가 구글 TPU로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구글 TPU 물량이 올해 약 150만~200만개에서 2028년 800만~900만개로 예상하고 있다. 3년 만에 5배 넘는 성장을 내다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안에 엔비디아 GPU용 HBM4 퀄테스트 승인을 얻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BM3E의 엔비디아 품질 검증 승인이 늦어져 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뺏긴 이후 절치부심했던 삼성전자가 TPU와 GPU HBM4 퀄 테스트 통과를 계기로 다시 시장 리더 자리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눈치 빠른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10월에만 삼성전자를 7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10만 전자’로 올려놨던 외국인들은 11월 들어 그간의 차익을 실현하며 2조원 넘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주가도 11만원을 찍은 후 고점 대비 8%가량 빠진 상태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다시 순매수를 시작, 1~4일 기준 5000억원대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