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사상 처음으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서방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막힌 러시아는 중국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윈윈’ 행보로 분석된다.
2일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재무부가 이날 200억위안(약 4조1600억원) 규모의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만기 3.2년짜리는 이표금리 6%로 120억위안어치, 만기 7.5년은 이표금리 7%로 80억위안어치가 발행됐다.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수요가 높았다”고 말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가 강화되면서 러시아는 달러나 유로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길이 막힌 상태다. 러시아 은행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축출됐고, 외환보유고의 절반 가량인 3000억달러(441조원)도 동결됐다.
이후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 등의 수출길을 유럽에서 중국으로 전환했고, 중국은 원자재 확보 및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에 의존하면서 상생 관계가 돈독해졌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대중국 무역 흑자가 쌓이면서 자국 내 위안화가 과잉 공급 상태가 됐다고 해외 언론들은 분석했다. 위안화 부채를 늘릴 방법으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는 것이다.
SWIFT 최신 통계에 따르면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월 기준 2.5%로 6위에 그친다. 미국 달러(46.7%)나 유로(24%), 영국 파운드(7.8%), 일본 엔(3.8%)뿐만 아니라 캐나다 달러(3.3%)보다도 위상이 낮다. 중국 정부는 최근 ‘15차 5개년 계획 제안서’에서 위안화 국제화 추진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중국 최대 신용평가사인 청신국제신용평가의 헬레나 팡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이번 조치는 위안화 국제화의 현지화 적용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며,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라며 “러시아의 위안화 국채 발행은 장기적으로 달러화 회피(de-dollarization) 추세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