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가 연일 급락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미국 동부시각으로 2일 오전 0시 45분 기준 1개당 8만3800달러대에 거래돼 24시간 전 대비 8% 가까이 하락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하루 전보다 7% 넘게 급락한 1개당 2700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코인베이스와 온라인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주가가 1일 나란히 4%대 하락했고,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자 ‘비트코인 대리 지표’ 역할을 하는 스트래티지 주가는 이날 장중 12% 폭락하기도 했다.
불과 지난 10월 개당 12만6000달러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던 비트코인 시세는 현재 고점 대비 30% 넘게 떨어진 상태다. AI(인공지능) 버블 우려와 미국 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한 투자 심리가 갈피를 못 잡는 형국이다. 코인뷰로우 공동 창립자인 닉 퍼크린은 야후파이낸스에 “지난해 8월 이후 처음 있는 폭락세”라며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더 큰 변동성에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흔들’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은 데에는 지난 1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금융경제 간담회에서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 금리 인상에 대한 장단점을 검토할 것”이라며 “조정은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달 18~19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하겠다는 공식 예고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통화 정책에 민감한 일본 국채 2년물 금리가 연 1%를 넘어서고 엔화 가치도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일본 금리 인상으로 엔화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위험 자산 투자 심리를 흔들고 있다. 이제까지 싼 엔화를 대출받아 수익률 높은 가상 화폐 등에 투자됐던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다.
약 560억달러(약 82조원) 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도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스트래티지의 퐁 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팟캐스트에서 mNAV(기업 가치/비트코인 보유액 비율)가 1배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배당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면 비트코인을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mNAV는 1.15 수준까지 하락해 있다. 비트코인 대리지표 역할을 하는 스트래티지 주가는 7월 고점 대비 현재 60% 넘게 하락했고, 이 종목 하루 가격 움직임의 2배 수익을 추구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연초 이후 90% 이상 폭락했다.
◇中 인민은행 “스테이블코인은 불법”
중국 인민은행도 가상 자산 시장을 때렸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29일 공안부 등 13개 정부 기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사기와 자금 세탁, 불법적인 자본 이동의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며 이를 불법 금융 활동으로 규정했다. 인민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고객 식별 및 자금 세탁 방지 통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불법화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이터통신은 1일 소식통을 인용, 중국 증권 감독 기관이 일부 자국 증권사에 홍콩에서 실물 자산 토큰화 사업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주말 사이 나온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1일 개장한 홍콩 주식시장에서 암호화폐 관련주가 일제히 폭락했고, 이런 분위기가 다시 전체 가상 화폐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국 투자은행 중엔 여전히 가상 화폐가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보유할 만하다고 보는 의견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일 투자자 노트에서 “혁신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고 변동성을 감내할 만한 투자자라면, 전체 자산의 1~4%는 가상 자산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