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 국회에서 확정되면서 증시는 곧바로 ‘수혜주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도가 내년부터 바로 적용되는 만큼 올해 결산 배당에서 어떤 기업이 요건을 충족할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배당 확대 압력이 본격적으로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통신 등 전통적 배당 섹터가 일제히 수혜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여야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배당소득 구간별 세율을 ▲2000만원 이하 14%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50억원 이하 25% ▲50억원 초과 30%로 확정했다. 정부안(최고 세율 35%)보다는 최고 세율이 낮아졌지만, 적용 요건은 한층 강화돼 배당 성향(총 현금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 40% 이상 또는 배당 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10% 이상 배당을 늘린 기업만 대상에 포함된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책 기대감이 선반영돼 주가 상승 동력은 제한적이지만, 배당 확대는 배당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면서 “고배당 종목 중 배당 확대가 기대되는 종목들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은행·통신… 전통 배당 업종 기대감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배당 업종인 금융과 통신이 가장 뚜렷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 은행들로 구성된 KRX은행지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확정된 이후인 이달 1~2일 5.1% 급등했다. 이 기간 KRX 업종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부 금융 지주들은 2025년 배당 성향을 25% 수준으로 높이고, 동시에 배당 총액이 2024년 대비 10% 이상 늘어나도록 연말 결산 배당 성향을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에 은행들의 주주 환원율은 당초 은행들이 발표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은행은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 환원 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이번 세제 개편으로 현금 배당 확대 필요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 연구원은 그러면서 최선호주로 KB금융을 꼽았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 가능성이 높은 대표 섹터로 꼽힌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 3사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에 모두 부합할 것”이라면서 “다만 SK텔레콤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배당 지급이 불투명해 연말·연초에는 실적 변동성이 적고, 배당 매력이 높은 LG유플러스가 더 안정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시장에서는 안정적 현금 흐름이 강점인 KT&G,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해온 제일기획과 케이카 등 개별 종목도 수혜군으로 거론된다.
◇실적 좋고 배당 여력 큰 기업 주목
유진투자증권이 올해 실적과 배당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예상치)가 존재하는 413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배당 성향 40% 이상인 기업은 48곳, 배당 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10% 이상 배당 증가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53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기업은 22곳이었으며, 중복을 제외하면 총 79곳으로 상장사의 약 19%가 올해 분리 과세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배당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만 컨센서스 기준으로는 분리과세 요건에 미달하는 기업이 상당수”라면서도 “실적이 탄탄하고 배당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은 내년 확정 배당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을 위해 배당을 추가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투자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작년까지 최근 2년간 연속으로 배당을 늘린 기업 ▲최근 분기까지 실적이 양호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지 않은 기업 ▲배당 수익률이 높거나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강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코웨이, JB금융지주, 대신증권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