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김모(54)씨는 25년간 근무한 회사를 내년 말 떠날 예정이다. 그런데 퇴직 후에도 국민연금을 계속 낼지를 고민하고 있다.
김씨처럼 퇴직을 앞둔 사람이라면 퇴직 이후 달라지는 점과 미리 챙겨야 할 사항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퇴직 후에는 생활비 외에도 고정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60세까지 가입 의무
먼저 국민연금은 소득과 재취업 여부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60세까지 가입 의무가 주어진다. 앞서 김씨 역시 당연히 가입 대상이다. 다만 퇴직과 동시에 지역 가입자로 전환돼 납입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김씨가 개인 사업자로 수입이 있다면, 지역 가입자로서 월 소득액의 9%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재취업하면 다시 직장 가입자로 전환돼 기존처럼 소득의 4.5%만 납부하면 된다. 월 납입액은 기준 소득 월액(40만~637만원)에 해당 납입률을 적용해 산정된다.
소득이 없다면 ‘납부 예외’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은 가입 기간에서 제외돼 향후 연금액이 줄어든다. 적어도 무소득 가입자 최소 납부액(월 9만원) 정도는 내는 것이 유리하다. 최소 납부액은 지역 가입자 중위수 기준소득월액(100만원)에 9%를 적용해 계산한 금액이다. 배우자가 공적연금을 납부 중이라면 ‘적용 제외’ 대상이 돼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필요하면 임의 가입으로 납부할 수 있다.
비자발적 퇴사로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는 경우라면 ‘실업 크레디트’를 신청해야 한다. 실업 크레디트 제도를 활용하면 구직급여 기간 동안 연금 보험료의 75%를 최대 12개월간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 기한은 구직급여 종료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15일까지다.
또 퇴직하면 건강보험도 직장 가입자에서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며 소득뿐 아니라 보유 재산에도 보험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 60세 이후 납부 의무가 종료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건강보험료는 지역 가입자의 경우 평생 납부 의무가 주어지는 만큼 부담도 클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절약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배우자나 자녀의 피부양자로 들어가는 것이다.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지 못하게 돼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경우라면 ‘임의 계속 가입 제도’를 고려해볼 만하다. 퇴직 후 지역 가입자로 전환된 다음 최초로 보험료 고지를 받은 달의 납부 기한으로부터 두 달 내에 신청하면 최대 36개월 동안 퇴직 전 직장 가입자 본인 부담 수준의 보험료로 유지할 수 있다. 퇴사 후 지역 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가 크게 증가했다면 임의 계속 가입 신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금 인출 방식 따라 세금 달라져
그렇다면 연금을 받게 될 때는 어떤 방식이 좋을까. 퇴직 후 주요 소득원인 연금은 인출 방식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퇴직급여는 일시금으로 한 번에 받기보다 10년 이상 연금 형태로 나누어 받는 것이 세제상 유리하다. 연금 수령을 선택하면 퇴직소득세가 30% 이상 감면되기 때문이다.
퇴직소득세는 퇴직금이 많을수록, 그리고 근속 연수가 짧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따라서 퇴직급여 규모가 크거나, 중간 정산으로 실제 근속 연수가 짧아진 경우에는 10년 이상 분할 수령이 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한편 재직 중 한 번이라도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경험이 있다면, 퇴사 전에 인사팀을 통해 ‘세액정산특례’를 신청해볼 필요가 있다. 세액정산특례는 재직 기간 중 받은 퇴직금을 모두 합산해 세금을 다시 계산해 주는 제도이다. 동일한 근로 계약 내에서 발생한 중간 정산일 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임원 승진, 합병·분할에 따른 출자 관계 법인으로의 전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해당된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퇴직소득세 계산 시 근속 연수를 중간 정산 시점이 아닌 입사 시점부터 소급해 인정받을 수 있다. 그만큼 퇴직자의 실효세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중간 정산 당시 이미 납부한 세금은 차감해 재정산된다.
◇수령 한도 초과 시 세금 폭탄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인출 시에는 연간 수령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도를 넘겨 인출하면 ‘연금 외 수령’으로 분류돼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연금 수령 한도는 ‘(매년 1월 1일 연금계좌 평가액)÷(11-연금 수령 연차)x1.2배’ 공식을 통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김씨의 최초 연금 인출 시점 평가액이 2억원이라면 첫해 인출 한도는 2400만원(=2억원÷10×1.2)이다. 첫해 2400만원을 인출하고 남은 잔액이 1억7600만원일 경우, 2차 연도의 인출 한도는 2347만원(=1억7600만원÷9×1.2)이 된다.
김씨의 퇴직소득세율을 10%로 가정해 첫해 1억원을 인출했다고 가정해 보자. 한도 내 금액인 2400만원에는 30% 감면된 세율(7%)이 적용돼 세금은 168만원이다. 반면 한도 초과분 7600만원에는 감면이 없는 기존 세율 10%가 적용돼 760만원을 내야 한다.
다시 말해 한도 내 금액에는 감면 세율인 7%가 적용되지만, 초과하면 기존 퇴직 세율 10%가 그대로 적용된다. 한도 관리는 세금 최적화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