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센터. 일명 'US East 1'으로 알려진 곳이다. 워싱턴DC 외곽에 자리한 이곳은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집적지다. /로이터 연합뉴스

AI(인공지능) 기업들이 최근 천문학적인 투자를 위해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돈을 빌려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 9월 이후 4대 빅테크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880억달러(약 129조원) 규모에 달한다. 시작은 오러클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180억달러(약 26조5000억원)를 채권 시장에서 조달했다. 메타도 지난달 300억달러(약 44조1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구글 모(母)회사 알파벳은 이달 초 250억달러(약 36조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미국과 유럽 시장에 내놨다. 아마존은 지난 17일 회사채 150억달러(약 22조원)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의 상황을 두고 ‘AI 채권의 홍수(flood)’라고 표현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회사채가 올해 미국 회사채 순 공급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AI 투자를 위한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내년 미국 우량 등급 채권 시장이 사상 최대인 1조8100억달러(약 2664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JP모건)도 있다. 빅테크들의 대규모 차입은 금융시장 유동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 또 회사채 조달 금리 전반을 상승시켜 여타 2군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의 자산 대비 현금 비율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2020년 자산 대비 현금 및 단기 투자 상품 비율이 약 43%였던 것이 올해 3분기 기준 16%로 뚝 떨어졌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추이는 비슷하다.

데이비드 챈 세콰이어캐피털 파트너는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빚투’ 행렬이 마치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 치킨게임과 유사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WSJ은 “이 기술 기업들의 지출이 너무 많이 늘어난 탓에 마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제조 기업들과 유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AI시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 같은 고비용 투자 결정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