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코스피가 6% 넘게 밀리는 약세장을 보이는 가운데 소비재 관련 지수와 종목들은 오히려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로 급등했던 대형 기술주가 주춤한 사이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한국 소비재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코스피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52.3% 급등하며 ‘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기간 KRX 필수 소비재와 KRX 경기 소비재 지수는 각각 8.5%, 4.6%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재 업종은 사실상 상승장에서 소외돼 있었다는 뜻이다.
◇중·일 갈등에 ‘반사이익’ 기대
분위기는 11월 들어 완전히 달라졌다. 이달 24일까지 코스피는 6.4%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도 4.9% 내린 반면, KRX 경기 소비재 지수는 4.5%, KRX 필수 소비재 지수는 2% 상승했다. KRX300 필수 소비재 지수도 같은 기간 2.1% 오르며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투심을 자극한 것은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다.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히며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중국 정부는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지난 18일 “중국 주요 여행사들이 일본행 단체 관광 예약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의 일본 여행 수요가 위축되면 한국 관광·소비 업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됐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달 들어 24일까지 코스피에서 13조947억원, 코스닥에서 4381억원을 각각 순매도했지만, 소비재 종목만큼은 적극 사들였다. 농심(675억원), 아모레퍼시픽(647억원), 삼양식품(476억원), 롯데관광개발(41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기관 역시 삼양식품(1542억원), 아모레퍼시픽(964억원), 신세계(736억원), 현대백화점(508억원)을 순매수하며 소비재 업종에 주목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일 갈등이 고조되며 단기적으로 관련 소비주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문화·예술 측면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여행객 입장에서 한국은 일본의 유의미한 대체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단기 테마 접근보다 구조적 수혜 업종을 선별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상반기에 반등 집중될 가능성”
양국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뿐 아니라 내년 내수 회복 기대감도 소비재 주가의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연중 부진했던 내수 심리가 연말을 기점으로 바닥을 찍고, 2026년에는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DB증권에 따르면 내년 유통 업계 합산 순이익은 올해 대비 83.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DB증권은 ▲부동산·주식 시장 동반 상승에 따른 부(富) 효과 ▲금리·물가 상승 둔화 ▲수출 업황 개선으로 인한 가처분 소득 증가 가능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업종은 올해 3분기부터 매출이 신장세로 전환했고, 3년 만의 의류 교체 주기가 도래하는 2026년에는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면세점과 편의점 업종은 코로나 이후 장기 내수 부진 속에서 고정비 절감과 비효율 점포 정리를 통해 체질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K소비재(한국 소비재)’의 해외 진출이 관련 업체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체의 가장 큰 밸류 프리미엄 요소는 해외 성장성에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예컨대 라면 업체들의 해외 볼륨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산 화장품이 해외에서 인지도를 계속 높이면서 내년에 10% 이상 수출이 늘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대차증권 하 연구원은 “화장품 업종의 글로벌 수출 성장은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미국 외 유럽, 중동 등 지역에서 화장품 수출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