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연일 급등락하자, 투자 심리가 약해진 개미들이 주식 시장에서 발을 빼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이 20일 기준 78조2120억원을 기록했다. 예탁금은 이달 5일 88조270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었다. 불과 2주 사이 예탁금이 10조원 넘게 빠져나간 것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놓은 돈으로 증시 대기 자금 역할을 한다. 통상 주식 투자 심리가 좋아질수록 규모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예탁금이 단기 고점을 형성할 때 주가지수 역시 고점을 형성해왔다. 올해 초 54조원 수준이던 예탁금은 이달 초까지 34조원이나 급증했다.
최근 예탁금이 줄어든 것은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를 처음 돌파한 이후 미국 증시 등에서 AI(인공지능) 거품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코스피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21일에는 외국인들이 3조원 가까운 사상 최대 순매도를 퍼부으면서 코스피 지수가 3.79% 급락한 3853.26포인트에 마감했다. 주가지수가 한 달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에 비해 ‘빚투’ 잔고는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8471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돌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 방식이다.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린 ‘강심장’ 개미들이 주로 활용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감소 영향 등으로 변동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 12월 이후의 금리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미국 경제 데이터가 나와 금리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을 때까진 조정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 회사)들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등 초단기 자금 시장 불안이 누적되면서 조정이 발생했다”며 “단기 유동성 부담이 이달 말 정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