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피가 사상 처음 4200선을 돌파하며 초강세장을 보였지만, 정작 최근 주식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들은 코스피가 2600에서 4000선으로 오르는 동안에는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를 이어가다가, 지수가 4000선을 넘어 ‘코스피 5000 시대’ 기대감이 커진 이달에 들어서야 순매수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자금을 뜻하는 신용융자도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나면서 개인의 ‘빚투’(빚내서 투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코스피가 4200을 넘긴 직후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와 정책 변수 등이 겹치며 지수가 3900선까지 밀리자, 뒤늦게 시장에 올라탄 개인들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는 말이 나온다.
◇ ‘코스피 5000’ 군불 때기에 뒤늦은 투자 나선 개미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6~10월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던 시기에 매달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3100선에서 4000선까지 급등했던 9, 10월에도 각각 10조4858억원, 6조905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이달 3일 코스피가 4200선을 돌파하며 ‘코스피 5000’ 기대감이 커지자 개인들은 19일까지 9조740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과정에는 정치권의 증시 부양 움직임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을 국정 과제로 제시한 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상법 개정 등 각종 주주 친화 입법을 빠르게 추진한 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7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1차 개정을 한 데 이어, 8월에는 소액 주주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추가 부양책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시점에 미국발 AI 거품 우려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코스피는 4200선을 넘긴 직후부터 급격한 출렁임을 보였고, 19일 3920선까지 밀렸다.
◇ ’빚투’ 사상 최고치… 반대매매 위험도 커져
주가 출렁임이 커지자 고점 부근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들의 부담도 한층 커지고 있다. 올해 초 15조원 수준이던 신용융자는 이달 들어 26조원까지 급격히 늘었다. ‘코스피 5000′ 군불 때기 등에 뒤늦게 빚투에 나선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투자자가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져 담보인 주식의 가치가 기준 아래로 내려갈 때,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 위험도 커졌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금융투자협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594억원이던 반대 매매는 코스피가 숨 고르기를 하던 7, 8월에는 각각 813억원, 919억원으로 증가했다가 지수가 급등한 9, 10월엔 각각 838억원, 647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달 지수가 다시 흔들리자 12일까지 이미 523억원 규모의 반대 매매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당국 고위 인사의 발언이 논란을 더 키우는 일도 있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언급해, 정부가 개인들의 위험한 투자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권 부위원장은 “말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정부·여당이 ‘코스피 훈풍’을 강조하지만, 그 이면에선 수많은 개미들이 반대 매매와 손실 위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위적 증시 부양 신호로 빚투를 자극할 것이 아니라, 기업 실적에 기반한 건전한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