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발 훈풍에 코스피가 4000선을 회복했다. 지난 18일 3900선으로 후퇴한 지 이틀 만이다.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 오른 4004.85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1조4000억원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7600억원, 640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약세를 보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3%, 1.6% 오른 10만600원, 57만1000원에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0.8%), HD현대중공업(1.6%), 두산에너빌리티(4.4%) 등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도 2.7% 상승 마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시아 주식시장도 동반 상승했다”면서 “‘캡틴 엔비디아’가 세계 주식시장을 지킨 셈”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등했다. 다우평균은 0.1%, S&P500 지수는 0.4%, 나스닥은 0.6% 올랐다. 특히 장 막판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기술주 전반에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엔비디아(2.9%), 알파벳(3.0%), 테슬라(0.7%), 애플(0.4%) 등 주요 종목이 일제히 상승하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 기대는 실제 실적 발표와 함께 ‘환호’로 바뀌었다.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이 570억1000만달러,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549억2000만달러)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주당순이익(EPS)은 1.3달러로 시장 예상치(1.25달러)를 상회했다. 4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650억달러로 제시하며 성장세 지속을 자신했다.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대 급등했다.
엔비디아 실적 관련 정보가 밤사이 국내 투자자 커뮤니티에 속속 공유되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일부 투자자들은 “황형(젠슨 황 엔비디아 CEO) 고맙습니다”, “엔비디아가 살렸다” 등의 댓글을 달며 ‘AI 버블’ 논란을 잠재울 만한 실적이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며칠간 AI 섹터를 중심으로 조정이 이어졌던 만큼 투자자들은 이번 실적을 ‘방향성 재확인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도 “AI 거품 논란은 진정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긍정적 실적 발표 이후 기술주 중심의 반등이 강화됐다”며 “AI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수요가 실제로 견조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직접적인 긍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국내 증시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이달 들어선 ‘AI 버블’ 경고와 미국 기술주 급락 여파로 변동성이 확대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실적 의존도가 커진 탓에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지난 2주간 두 종목 주가는 하루 간격으로 급등·급락을 반복하며 방향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엔비디아 실적을 계기로 AI 생태계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사실이 재확인되면서 국내 반도체주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윤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의 선순환 구조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새로운 AI 모델, AI 스타트업, 다양한 산업, 다양한 국가의 AI 수요가 메모리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D램 가격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