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이달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높이면서 일부 은행에선 연 3%대 정기예금 상품이 다시 등장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연 2.75%이던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시중은행에서 연 3%대 정기예금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고강도 가계 대출 규제와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으로 연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며 시장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4분기(10~12월) 대규모 예·적금 만기를 앞두고 은행권 금리 경쟁이 본격화한 영향도 있다. 반면 통상 시중은행보다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업권은 오히려 연 3%대 예금 상품이 씨가 말랐다.
◇연 3%대 정기예금 돌아왔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과 신한은행 ‘My플러스 정기예금’ 최고 금리(이하 1년 만기 기준)는 연 3.1%다. 우리은행 ‘첫거래우대 정기예금’과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3%다.
이들 은행은 이달 들어 해당 상품 예금 금리를 0.1~0.3%포인트 높였다. 다만 상품마다 우대 금리 조건까지 충족해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1금융권 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연 2%대 후반에 머물러 있었다.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2.55~2.85%로 지난달 21일(연 2.55~2.6%)과 비교해 약 한 달 만에 금리 상단이 0.25%포인트 높아졌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과 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의 최고 금리가 연 2.85%였고,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 KB국민은행 ‘KB Star정기예금’은 최고 금리가 연 2.8%였다.
은행채(AAA 등급) 1년물 금리는 지난 18일 연 2.82%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최저점(8월 14일 연 2.498%)보다 0.3%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시장 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대규모 예·적금 만기가 올해 4분기에 집중된 점도 은행들이 금리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22년 말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까지 올랐을 때 3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고 만기를 맞았거나, 매년 만기를 연장해 온 고객이 많다”며 “연말로 갈수록 은행권 수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예테크족’의 자금이 은행으로 유입되고 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9월엔 낮은 금리에 실망한 고객들 이탈로 전달 대비 약 4조원 줄었다. 그러나 이후 반등해 지난달 약 14조8000억원 증가했고, 이달 들어서는 보름여 만에 9조원 가까이 늘었다.
◇저축은행 금리가 더 짜다
은행 예금 금리가 2금융권인 저축은행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도 관측된다. 자금 조달 수단이 예금에 한정된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유치한다. 통상 은행보다 예금 금리가 0.8~1%포인트 높다.
그러나 이날 저축은행 업계 평균 예금 금리는 연 2.68%로 집계돼, 5대 은행 대표 예금 상품 평균 금리(연 2.82%)보다 낮았다. 이달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던 은행들과 달리 저축은행 업권 평균 예금 금리는 이달 초(연 2.69%)보다 0.01%포인트 더 낮아졌다.
저축은행은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연 3% 이상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180여 개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안양저축은행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연 3.15%로 거의 유일하게 연 3%대 금리를 줬다.
정부 가계 대출 규제로 대출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예금을 유치하면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기업 대출 역시 섣불리 내줄 수 없는 상황이라 수신을 확보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예금보험공사가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저축은행 예금 잔액은 103조5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1조5000억원 감소했다. 지난 4월 이후 이어지던 예금 잔액 상승세가 반년 만에 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