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올해 3분기(1~9월)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누적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조선·방산·원전·금융 등 올해 증시를 이끈 주요 업종 전반에서 실적이 고르게 개선된 결과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업종 독주 분위기가 강했지만, 3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비(非)반도체 업종에서도 펀더멘털 개선 흐름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법인의 3분기 결산 실적’에 따르면 상장사 639곳의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79조56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이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299조1183억원으로 5.4% 증가했고, 순이익은 152조3269억원으로 25.8% 늘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7.8%로 전년(7.2%)보다 0.6%포인트 상승했고, 순이익률도 5.6%에서 6.6%로 1%포인트 높아졌다.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 때 실제 손에 남는 이익이 56원에서 66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Midjourney

◇조선·방산·금융 실적 개선 뚜렷

올해 상반기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을 제외하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0.1% 감소하는 등 반도체 편중 우려가 컸다. 그러나 3분기 누적 실적을 보면 이러한 분위기가 달라진다. 3분기까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2.5% 급증한 약 28조원에 달하지만, 이를 제외해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은 7.7% 증가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와 함께 코스피 전체 매출액의 1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까지 제외할 경우에도 영업이익 증가율은 11.8%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외에도 조선·방산·금융 등 올해 주도 업종에서 실적이 폭넓게 개선된 점이 확인됐다”며 “연초에는 전망에 대한 회의론도 있었지만 3분기가 지나며 실적 개선 흐름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업이익 증가율 상위권에는 조선·방산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한화오션(1236%), HD현대중공업(246%), HD한국조선해양(207%), 현대로템(150%)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조선업 회복과 수주 증가, 방산 수출 확대 등이 고루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별도로 집계하는 금융업에서도 실적 개선 흐름이 확인됐다. 금융업 42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5조90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순이익은 36조8439억원으로 11.3% 늘었다. 코스닥 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코스닥 상장사 1217곳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8358억원으로 전년보다 9.7% 증가했고, 순이익은 5조3457억원으로 16.6% 늘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 전망치 상향

시장의 관심은 이제 올해 연간 실적과 내년 전망으로 이동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들어 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제공하는 코스피 상장사 202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76조6854억원으로, 3개월 전(266조3097억원)보다 10조5442억원(약 4%) 상향 조정됐다. 내년 전망치는 상승 폭이 더 크다. 3개월 전 315조708억원에서 최근에는 387조874억원으로 72조166억원(22.9%) 증가했다.

상향 조정의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가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예상치는 각각 37조8300억원, 28조7500억원가량 증가했다. 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 서버 투자 재개 등이 전망치를 밀어 올린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시장은 AI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이 제한되는 ‘공급자 우위’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100% 이상 증가한 85조원, SK하이닉스는 68조원 수준으로 각각 100% 내외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