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급락세를 타면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가상 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가 16일(뉴욕 시각 기준) 9만3000달러 선 초반까지 떨어져 올해 초 가격으로 돌아갔다. 친(親)암호 화폐 입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올 들어 30% 이상 급등했던 가격 상승분이 공중으로 사라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이 연말 개당 20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넘쳐났는데, 시장 분위기가 손바닥 뒤집듯 싸늘해졌다. 이더리움 등 여타 가상 화폐 역시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에 동조하면서 전 세계 가상 화폐 시가총액은 지난달 초 4조379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현재 25% 감소한 3조282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비트코인 올해 상승분 모두 반납
가상자산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역대 최고의 랠리를 펼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직속 디지털 자산 시장 TF(태스크포스)를 설립했고, 3월에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정하고 장기 보유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하면서 명실상부 음지에서 양지의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많은 기관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세가 몰려들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초 12만6250달러를 넘어서는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백악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대해 금리 인하 압박을 거듭했던 것도 가상 화폐 가격을 밀어 올린 요인 중 하나다. 금리가 내려갈수록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데다,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상처를 받으면서 대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더욱 부각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에서 급격히 미끄러지기 시작한 계기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제공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만남을 앞둔 지난달 초 미·중 무역 갈등이 희토류를 둘러싼 전면전으로 비화하자 투매가 일어났다. 그간 빚을 내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주문이 대규모로 청산되면서 연쇄 급락장이 펼쳐졌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중단되면서 연준이 내달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장기 보유 고래(대형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 소식 등도 투자 심리를 크게 흔들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 화폐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17일 현재 17로 ‘극심한 공포’ 단계로 떨어져 있다. 올해 시장 가격이 저점을 형성했던 4월 초와 같은 수준이다.
◇깨져버린 ‘에브리싱 랠리’…‘탄광 속 카나리아’?
가상 화폐 가격 급락으로 올해 자산 시장 최대 화두였던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에도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달러 등 법정 화폐의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안전 자산인 금부터 위험 자산인 주식과 비트코인까지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오르던 현상이 멈춰선 것이다.
최근 AI(인공지능) 버블 논란 속에 기술주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가상 화폐 약세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매슈 호건 비트와이즈자산운용 수석 투자책임자(CIO)는 17일 블룸버그통신에 “가상자산은 탄광의 카나리아(위험 신호를 먼저 알리는 존재)”라며 “시장의 전반적인 위험 자산 회피 분위기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4년마다 찾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에 가격이 급등했다가 평균 18개월이 지나면 고점을 형성한 뒤 급락한다는 ‘4년 주기설’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의 반감기가 지난해 4월 있었고 그로부터 18개월 후인 올 10월에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인지를 놓고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지니어스법(스테이블코인 혁신 촉진법) 통과 때 비트코인 성과가 금을 앞질렀듯, 내년 클래리티법(지니어스법 후속 가상자산 시장구조법) 통과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