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가 ‘반짝 상승’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 단계 더 상승하기 위해서는 상장 기업 스스로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자본시장 신뢰 회복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 주주가치 혁신포럼’은 조선일보가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 IR 컨설팅 전문 기업 IR큐더스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다. 포럼의 주제는 ‘주주와 기업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기업의 투명한 지배 구조, 합리적 배당, 책임 경영 등을 통해 주주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날 행사에는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박민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을 비롯해 투자 기관 관계자와 상장사 임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논의했다.
◇여야 한목소리로 “시장 신뢰가 출발점”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주주 가치 혁신을 통해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국민의힘)은 “주주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주주 친화적 경영 문화가 미흡했기 때문에 주가 등락이 반복돼 왔다”면서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해야 자본시장의 ‘밸류업(가치 제고)’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제도 개혁, 기관 투자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주주 친화적인 경영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주식시장의 신뢰가 더욱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와 해외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코스피 4000 시대가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금융 정책과 자본시장 제도를 개선해 더 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영상 축사를 보내온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은 “정책적 일관성과 민간의 자율 노력이 결합돼야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속 상승 위해선 기업 지배 구조 혁신해야”
이날 포럼 기조 강연자로 나선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장기 투자자 중심의 지배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스피가 5000을 넘어 6000까지 갈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3000으로 다시 내려갈 수도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구조적 체질 개선과 신뢰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밸류업의 목적은 단기 주가 상승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업 가치의 구조적 성장”이라며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경영’을 실천할 때 시장은 프리미엄을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약 400조원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150조원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반도체는 본질적으로 경기 순환 산업이라 이익이 꺾이는 순간 코스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 혁신이야말로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정책 인센티브와 세제 지원, 시장 자율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영 한국거래소 상무는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은 전년 대비 2.3배, 소각은 2.9배 늘었고 현금 배당 규모도 확대됐다”면서 “국내외 기관 투자자 85%가 밸류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긴 호흡으로, 꾸준히,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2025 주주가치 혁신 포럼에서는 ‘주주가치 혁신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KB금융 등 21개 상장사에 대한 수상식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