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내년 주식시장 판도 변화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분리과세 최고 세율이 당초 35%에서 25%로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제 개편이 국내 증시의 새로운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면, 배당은 고율의 세금이 징벌적으로 부과되는 ‘불로소득’에서 안정적 수익 창출의 ‘자산 형성 수단’으로 위상이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세금 부담이 줄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더 오래, 더 많이 보유하려는 ‘축적 수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주 입장에서도 세율 인하로 배당 확대를 검토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제 개편이 가져올 변화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이었다. 세제 혜택과 자산 안정성이 뒷받침된 만큼, 부동산에 돈을 넣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특히 1주택 보유자는 매매 시 양도가액 12억원까지 세금이 면제되고, 임대 소득도 연 2000만원까지 비과세되는 등 주식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배당소득이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분리과세되면, 부동산 일변도였던 재테크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세금 절감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부각되면서 배당 투자의 매력이 커지고, 그 결과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여유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물론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은 세제 개편에 속도를 내더라도, 대주주들의 의사 결정이 이를 뒷받침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대주주 선택에 달렸다
결국 주식시장 판도 변화는 최종적으로 대주주들의 선택과 판단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현재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 현황은 어떨까?
10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총배당금은 50조원이었다. 이 중 대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HD현대 등 6개 그룹사의 배당금은 28조원으로 전체의 56%에 달했다. 특히 삼성그룹 배당 총액이 13조700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4년 배당금으로 총 3530억원을 수령했다. 종합소득세(49.5%)로 1587억원을 납부해 실제 손에 쥔 금액은 약 1943억원으로 추정된다.
✅소액주주 ‘낙수 효과’ 누릴 수 있을까
정부의 세제 개편은 이 회장에게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세금 절감 유인을 제공할 수 있을까. 현재 이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스디에스, 삼성화재 등 5곳이다.
한화투자증권이 이 5개 기업이 분리과세 적용 조건(배당 성향 25%, 3년 평균 배당액 증가율 5% 이상)을 충족하고, 이 회장 지분율이 2024년과 동일하다고 가정해 계산한 결과, 2027년 수령할 예상 배당금 총액은 4014억원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처음 제시했던 분리과세 최고 세율 38.5%(지방세 포함)를 적용하면 납부할 세금은 1545억원, 세후 배당금 수령액은 2469억원이다. 즉, 2024년과 비교하면 세금은 42억원 줄고, 실제 손에 쥐는 배당금은 526억원 늘어난다.
만약 분리과세 최고 세율이 38.5%보다 더 낮아져 27.5%로 확정된다면, 이 회장의 실수령액은 2910억원으로 지금보다 1000억원 가량 늘어나게 된다. 과연 이 회장은 정부의 세제 개편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까.
내년 시행 예정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는 단순한 세제 개편을 넘어 한국 자산 시장 구조에 장기적 변화를 가져올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