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올해 주요국 중 상승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도 신기록을 세우는 역설적인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AI(인공지능), 빅테크, 가상 자산, 양자 컴퓨터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세계적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싶다는 갈증이 국내 주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내국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규모는 68억1000만달러(약 9조8600억원)로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만 68억5000만달러(약 9조9200억원)에 달했다. 일본, 유럽에서는 순매도했다.

지난달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10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는 동안 동학 개미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는 개인이 국내 주식을 6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관심을 갖고 있지만, 미국 주식 순매수도 약 15억달러로 2조원이 넘는다. 달러당 1440원이 넘는 높은 원화 환율 부담을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다.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메타·엔비디아·팔란티어 등 주요 테크주가 포진해 있다. 매월 적립식으로 미국 주가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와 기술주 ETF 등을 산다는 회사원 홍모(40)씨는 “국내 증시는 반짝 올라도 이듬해 고꾸라지는 걸 자주 봐왔지만, 세계 신기술을 이끄는 미국은 계속 우상향해 왔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한눈팔지 않고 미국 주식만 사 모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투자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도 미국 증시 투자 비율을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미국 투자 규모는 9월 말 1287억7000만달러(약 186조원)다. 6월 말 대비 투자액이 11.2% 늘었다.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 해외투자분석팀은 “자본의 해외 유출로 국내 시장 투자 기반이 약화할 수 있고, 환율과 통상 압력 등 부정적인 측면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