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KB증권 광화문금융센터. 창구 여섯 곳은 모두 상담 중이었고, 대기 의자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기다리는 고객도 보였다. 객장 곳곳에서는 “SK하이닉스를 사야 하나” “계좌에 남은 돈으로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볼까”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평소 하루 30~40명이 찾던 이 지점에는 최근 들어 하루 70명 넘는 고객이 몰린다고 한다. 한 직원은 “VIP실까지 상담으로 꽉 차 복도 의자에서 상담할 정도”라고 말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26조원 넘게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하며 코스피지수가 2400선에서 4000선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오르는 상승장을 바라만 봤다. 그러나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개인은 6조138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코로나 불장’이었던 2021년 8월 이후 최대 규모의 매수세를 보여줬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2020년 코로나 급락장에서 외국인들이 파는 주식을 개미 군단이 사들여 코스피를 1400선에서 3300선까지 끌어올린 ‘동학개미운동’이 다시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야수의 심장’ 가진 개미들?
지난 4~5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3049억원어치를 팔아치운 데 이어 6일도 1조7000억원어치 ‘매도 폭탄’을 던졌다. 하지만 개인들은 사흘간 6조원 넘는 순매수로 이를 모두 받아냈다. 개인 매수세 덕분에 5일 코스피는 가까스로 4000선을 지켰고, 6일에는 0.55% 오른 4026.45에 마감하며 급락세에서 벗어났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18거래일 중 14일 상승하면서 저가 매수 욕구가 누적된 상황에 하락장이 나오자 개인 매수세가 폭발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급등한 주식을 뒤늦게 사고, 조금 떨어지면 공포에 ‘패닉 셀(공포 속 매도)’하는 개미들의 패턴이 바뀌었다는 말도 나온다. 5일 코스피가 장중 4000선 밑으로 급락했을 때, 개인들이 공포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사자’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개인 매수세의 핵심은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4~6일 두 종목을 각각 3조1797억원, 1조4829억원씩 팔았다. 하지만 개인은 같은 기간 2조2416억원, 1조5564억원씩 순매수하며 물량을 그대로 받아냈다. 9월 이후 지난 3일까지 각각 130%, 59% 급등했던 두 종목이 급락하자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 최근 증권가에서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기)’ 전망이 잇따른 게 올해 내내 관망세를 보이던 개인들이 다시 ‘매수 버튼’을 누른 배경이 됐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앞으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개인 매수세가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점에 개미들 진입” 우려도
코스피가 4200선을 넘은 이후 주가 출렁임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자 고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사적으로 외국인이 많이 팔면 개인이 사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면서 “지금 인공지능(AI) 쪽 실적이 좋긴 하지만, 과대평가 우려도 나오고 있는 만큼 무리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 증권가에선 여전히 강세장 지속을 예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JP모건은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세 인하, 기업 투명성 강화가 이뤄지면 코스피는 5000을 넘어 최대 6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내년 코스피 전망으로 5000을 제시하고 있는 KB증권의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조정 없는 상승은 없으며, 1998~1999년 강세장에서도 단기 급락 뒤 지수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장기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코스피가 7500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