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앱 열었더니 장기 미접속자라 나와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다가 5회 틀려서 잠겼습니다. 급한데 좀 도와주세요.”
“지난번 SK텔레콤 해킹 사태 때 비대면 계좌 개설을 막아놨더니 온라인으로는 계좌 개설이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습니까?”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증권사 PB센터 직원들은 예약 없이 찾아온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삼성전자·현대차가 얼마까지 갈 것 같으냐고 전망을 묻는 기존 고객들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거래를 하려는 사람이나 신규 계좌 개설 문의도 많았다.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넘어가며 은행권 예금에서 증시로의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4일 기준 86조822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놓은 돈으로 증시 대기 자금 역할을 한다. 예탁금은 최근 석 달 사이 19조8140억원 불어났다. 통상 주식 투자 심리가 좋아질수록 규모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불어난 증시 자금 중 상당액은 은행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 예금 잔액은 647조8564억원으로 한 달 사이 21조8675억원이 줄었다. 요구불 예금은 수시 입출식 예금, 급여 통장 등과 같이 언제든 돈을 찾을 수 있는 예금이다.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4일 기준 25조5118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기록(2021년 9월·25조6540억원)에 근접했다. 단 신용거래융자는 하루만 빌려도 금리가 최저 연 5%대 중반에 달하고, 빌리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금리는 최고 연 9%대까지 높아진다. 이자 비용을 감수하면서 증시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다는 의미다.
성현정 NH투자증권 이사는 “지금 가진 주식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고객보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저 현금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분이 훨씬 더 많다”며 “국내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상당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