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빚까지 동원해 대거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차익실현 기회로 삼고 연일 순매도에 나서면서 증시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연일 “국내 주가가 아직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거나 “빚투도 레버리지 일종이다. 코스피 5000은 당연히 가능하다” 등 무리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어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그동안 빚투(빚내서 투자)를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최근 코스피가 4200을 넘으면서 빚투가 느는 추세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이 공약한 ‘코스피 5000’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적정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셔야 하고 리스크를 감내 가능한 수준의 주식 투자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빚투가 사상 최대치까지 늘어난 시점에 금융 당국자가 빚투를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권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여의도에서조차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국내 증시가 새롭게 평가받으며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건전한 조정조차 거치치 않고 과속해서 오르고 있어 걱정되는 것”이라며 “개인들이 빚까지 냈다가 꼭지에 물리면 정부를 향한 거센 비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투의 척도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일 기준 약 25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종전 최고 기록인 25조6500억원(2021년 9월13일)에 바짝 다가섰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얼마나 과열됐는지를 보는 척도로,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빚을 내서라도 매수에 뛰어드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주식투자를 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가 수준에 대해 “국제 비교로 보면 아직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버블을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3800포인트를 넘어섰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고 역시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차입공매도 잔고는 18조2000억원 수준으로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3월 말 대비 243% 급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증가한 차입공매도 잔고 금액 약 13조원 중 절반은 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한미반도체 등 상위 20개 기업에 쏠려있다”면서 “국내 차입공매도 잔고가 2016년 집계 이래 가장 가파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개미 투자자 A씨는 “과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빚내서 집사라’고 했던 게 떠오른다”며 “정부 차원에서 주가를 확실히 올리겠다는 신호로 읽히긴 하지만, 단기 급등에 시장이 크게 조정받을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