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권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는 가운데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주식이 큰 폭으로 상승하자 일본 증시를 떠났던 이른바 ‘일학개미(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가 매수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코스피만큼 오른 닛케이평균
지난달 31일 일본 닛케이평균은 하루 만에 2.1%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5만2411.3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 5만을 넘어선 지 나흘, 5만1000을 넘은 지는 이틀 만에 5만2000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지난 한 달간 닛케이평균 상승률은 17.6%에 달한다. 코스피가 4000을 넘어서며 새 역사를 쓰는 동안 닛케이평균 또한 코스피에 육박하는 수준(18.6%)만큼 올랐다.
최근 일본 주식시장 랠리는 새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 대한 기대감과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신중론이 더해진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적 스승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대규모 경기 부양과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다카이치 내각이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내에 약 131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한 것 또한 증시에 안도감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봄철 노사 협상 초기의 상황을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이에 투자자 사이에선 당초 가능성이 있다고 점쳐졌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기술주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랠리 또한 일본 주식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일본 대표 반도체 장비주인 어드반테스트의 주가 상승률은 47.5%에 달한다. 지난 31일에도 어드반테스트(3.9%)를 비롯해 도쿄일렉트론(3.6%), 소시오넥스트(16.7%) 등이 큰 폭으로 상승해 거래를 마쳤다.
◇떠났던 ‘일학개미’ 돌아오나
최근 몇 달간 일본 주식을 많이 내다 팔며 순매도를 늘렸던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도 변하고 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한국 투자자는 일본 주식을 5607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여전히 매수보다 매도가 많기는 했지만 최근 몇 달과 비교하면 순매도 폭이 많이 줄었다. 한국 투자자들은 지난 8월과 9월 일본 주식을 각각 2억9565만달러, 3억165만달러어치씩 순매도했었다.
지난달 한국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1297만달러)한 일본 주식은 메타플래닛이었다. 일본판 스트래티지로 불리는 회사로, 미국의 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 투자를 핵심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순매수 2위는 ‘100엔 스시’로 유명한 회전초밥 체인점 ‘스시로’를 운영하는 푸드앤라이프였고, 일본 최대 생명보험 회사인 간포생명보험, 조선사인 미쓰이 E&S,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미쓰비시 상사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 닛케이평균 6만 갈 수도”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마무라 나오키 이마무라증권 대표는 최근 “닛케이평균은 올해 안에 5만2000선, 내년엔 6만 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도카이 도쿄 정보연구소의 산도 쇼타 주식시장 분석가 또한 마이니치신문에 “가즈오 BOJ 총재의 발언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통화 완화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올해 안에 닛케이평균이 5만6000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다카이치 정권의 정책 집행 강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벌이는 관세전쟁 등 일본 안팎의 변수가 적지 않아 단기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지시로 고이치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다카이치 정권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매도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