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타결되자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41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반도체 관세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불거진 데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인 끝에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1% 오른 4086.8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정규장 시작 전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에서는 자동차주와 조선주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자동차주는 그간 한미 협상이 지연되며 유럽·일본산보다 높은 25%의 관세가 적용돼 주가가 눌려 있었지만, 이번 합의로 관세율이 15%로 낮아지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졌다. 조선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히며 ‘마스가(MASGA·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본격화 기대가 확산됐다.
기세를 이어 코스피는 장 초반 전날보다 1.6% 오른 4146.72까지 상승 폭을 넓혔다. 그러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엑스(X·옛 트위터)에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밝히자 지수는 점차 상승세를 반납했고, 한때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전날 우리 정부가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설명한 내용과 배치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코스피가 다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 직후 별다른 발표 없이 귀국하자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이후 미국이 대중(對中)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하고, 중국이 1년간 희토류 공급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자동차·조선주는 초반 급등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장 초반 각각 12%, 9%가량 오르기도 했으나 차익 매물이 나오며 2.7%, 0.4% 상승으로 마감했다. 조선주 역시 한화오션이 6.9%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29일(현지 시각)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0.25%포인트)는 호재로 꼽혔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기자회견에서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날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확대 기대감에 3.6% 급등 마감했다. 이날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는 “HBM3E는 전 고객사에 양산 판매 중이며, 6세대 HBM4는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 출하했다”며 “내년 생산분은 이미 고객 수요를 확보했고, 추가 증산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서울에서 만나 AI 반도체와 자율 주행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상승세를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