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명동 환전소에 외환 시세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며 질주하는 가운데 최근 1430~1440원 대에서 고공 행진하고 있는 원화 환율 흐름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5.4원 내린 달러당 1431.7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원화 환율은 지난 23일 장중 1441.5원을 돌파하기도 했는데, 이는 4월 트럼프 미 대통령발 관세 전쟁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연평균 환율이 외환 위기 직후였던 1998년 연평균 환율인 달러당 1394.9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원화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한국 투자 비율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강세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계속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기) 기대 등으로 환차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최근 반도체 등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주력 업종은 아직 상승 여력이 더 있다”며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보다 주가 상승률이 더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도 “원화 약세 압력이 상존하는 상황이지만 반도체 업종에 집중되고 있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달 말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와 양적 긴축 종료가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유동성(돈) 확대 기대 심리가 더 크게 이어져 증시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원화 환율이 너무 올라가면 외국인 입장에서 환차손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매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지금보다 더 약세로 갈 경우,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매도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임계치는 1450원 선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연말까지 원화 환율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시장 전망이 엇갈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4분기(10~12월) 환율 범위를 1370~1460원으로 제시하며, “달러 실수요 증가와 유로화 고평가 해소 등으로 연말까지 강달러(원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주중 1440원을 돌파했던 환율이 한미 무역 협상의 진전과 한은의 금리 동결 등으로 어느 정도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원화 환율이 추가로 하락(원화 강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