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4000선을 넘기며 고공 행진하던 코스피가 28일에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주춤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0.8% 하락한 4010.41에 마감했다. 외국인들은 1조6381억원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트럼프 관세발 공포에 시장이 흔들리던 4월 7일(-2조991억원) 이후 최대다. 반면 개인들은 1조5736억원 순매수하며 4000선을 방어했다.
최근 ‘불장(강세장)’ 속에서 이처럼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 코스피가 3800을 돌파하고 4000까지 오르는 지난 일주일(20~27일)간 코스피 상승을 이끈 두 대형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고 외국인과 개미 투자자들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개미들은 하닉, 외인들은 삼전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앞서 일주일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로, 1조11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5위인 네이버,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차, 삼성 SDI 순매수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 1위는 삼성전자로, 순매수 규모는 1조1169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개인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이기도 하다. 개인들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1조7895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포함할 경우, 개인들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2조원을 넘어선다. 외국인의 순매도 1위는 SK하이닉스였다.
◇물리기 싫다... 삼성전자 팔아치운 개인들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도한 건 오랜 기간 물려 있다가 모처럼 가격이 상승하자 차익 실현 심리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인 오모(28)씨는 “최근 삼성전자가 9만5000원을 찍었을 때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았다”며 “몇 년 전 9만원 중반대를 ‘터치’한 후 5만~6만원까지 쭉 빠져서 오래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봐 걱정됐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최근 주가 상승률이 더 높은 SK하이닉스로 ‘갈아타기’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15.7%, 하이닉스는 44.7%로, 약 세 배 차이 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실적이 뒷받침되자 ‘수퍼사이클(초호황기)’ 기대감에 삼성전자 투자를 대거 늘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공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HBM4(6세대) 공급을 위한 인증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테슬라와, 8월에는 애플과 칩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편 외국인들은 9월 SK하이닉스를 1조3653억원 순매수하는 등 연초 이후 선제적으로 사들였는데, 10월 2조원 넘게 순매도로 돌아서는 등 최근 들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인들은 28일 삼성전자를 48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쉬어가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반도체 랠리, 지속 기대 높아
해외 투자은행(IB) 등은 당분간 반도체 수퍼사이클 기대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26일 메모리 수요가 향후 5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며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70만원으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9만6000원에서 10만9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반도체 기업 주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만큼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각종 기대감을 선반영한 주도주들의 실적이 시장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