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12개월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새 각각 45%, 24% 급등했습니다. 조선·방산·전력 등 비(非)반도체 업종도 실적이 개선되면서 증시 바닥을 단단히 받쳐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금리 인하와 새 정부의 증시 친화 정책이 맞물리며 투자 환경도 우호적입니다.”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는 26일 인터뷰에서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반도체 이익 급증·주요 산업 수출 회복·금리 인하·정부 증시 부양’이라는 네 가지 상승 엔진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조합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IT 버블과 리먼 사태 등 굴곡진 금융시장을 모두 겪은 32년 차 주식 베테랑이다. 1993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자금 운용을 맡았고, 이후 미래에셋에서 ‘디스커버리 펀드’를 운용하며 3년 연속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피델리티운용, 다올운용(옛 KTB운용)을 거쳐 2023년 하나자산운용 대표에 취임했다.
✅반도체 ‘빅2’가 견인하는 코스피 랠리
그는 “최근 고객들로부터 ‘내수는 부진한데 왜 주가는 이렇게 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주가는 결국 이익의 그림자인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이 점프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승 랠리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잠정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 10조원을 크게 웃돈 12조1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것도 메모리 반도체가 초강세장에 진입했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인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합니다. D램은 원가에서 원재료비 비중이 낮아 가격이 오를수록 매출과 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됩니다. 과거에는 같은 사양의 제품을 누가 더 싸게, 앞선 기술로 더 빨리 만들지가 경쟁의 핵심이었고 가격 예측도 비교적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포터블·웨어러블 기기 등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예측이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3분기 깜짝 실적’도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 놓친 것입니다.”
실적은 시장을 놀라게 했지만, 김 대표는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그가 주목한 건 ‘공급이 제한된 시장’이 만들어낼 상승 사이클이었다.
김 대표는 “AI용 HBM 수요가 강한 데다, 그동안 미뤄졌던 데이터센터용 범용 D램과 낸드 수요도 회복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대 메모리 업체는 과거처럼 무리한 증설 대신 장기 공급 계약 중심의 보수적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어 단기간에 공급이 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지는 호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눈치 빠른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공격적인 숫자를 내놓고 있다. UBS는 한국 반도체 빅2의 내년 영업이익을 174조원(삼성전자 94조, 하이닉스 80조)까지 내다보고 있다. 작년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총액(196조)과 맞먹는다. 20일 나온 씨티증권 전망은 162조원 수준이다.
빅2의 이익이 커질수록 주가는 이를 선반영해 움직인다. 두 기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만큼, 이는 곧 코스피 전체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테크 대세로 자리 잡는 ETF
그는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 덕분에 투자자들의 금융시장 참여가 한층 쉬워지면서 코스피 상승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연말 172조원이었던 국내 ETF 시장 규모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이어지면서 현재 270조원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김 대표가 이끄는 하나자산운용 역시 올해 다양한 틈새 ETF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선보인 ‘1Q 미국메디컬 AI’는 성장성 높은 AI와 의료·바이오 산업 간 시너지에 착안한 상품이다. 상장 이후 누적 수익률이 27%로, 같은 기간 나스닥100의 수익률(12%)을 두 배 이상 초과했다. 템퍼스AI와 리커전 파머슈티컬스, 인튜이티브서지컬 등이 편입돼 있다.
지난달에는 새 정부가 내놓은 ‘AI 150조 공약’의 수혜가 기대되는 핵심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1Q K소버린AI’를 출시했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SDS, LG CNS 등 자체 AI 기술 상용화에 강점을 지닌 소프트웨어 기업 15곳을 담았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위해 새롭게 선보인 상품으로는 ‘1Q 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50액티브’와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가 있다. 두 상품 모두 미국 증시 50%, 미국 단기채 50%로 구성된 채권 혼합형 ETF다.
퇴직연금은 안전 자산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하지만, 채권 혼합형 ETF는 안전 자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최대 85%까지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김 대표는 “미국 S&P500과 나스닥100의 최근 10년 누적 수익률은 각각 연 12.5%, 연 17.2%”라면서 “다만 2022년 같은 하락장에서는 나스닥이 33% 하락해 S&P500(-18%)보다 변동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두 상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묻자, 그는 “안정적·보수적 투자자라면 1Q S&P500을, 공격적·적극적 투자자라면 1Q 나스닥100을 추천한다”면서 “투자 기간이 5년 이상 장기라면, 하락장이 와도 1~2년 내 반등이 가능한 1Q 나스닥100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두 상품 모두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나스닥 0.05%, S&P500 0.15%)를 적용하고 있어, 장기 투자할수록 최종 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