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스1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4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24일 코스피는 3941.59에 마감, ‘4000 고지’에 불과 60포인트도 채 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흐름과 풍부한 유동성,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 등 상승 동력이 여전히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한미 관세 협상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고공 행진에 몰려드는 투자금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4일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16조6526억원으로, 지난달(11조5542억원)보다 44% 늘었다. 이는 코로나 때 증시 호황기였던 2021년 6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주식 투자용 실탄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13일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긴 후, 지난 20일에는 사상 최대치인 80조625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고환율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자’ 행렬이 이어지며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이달 1~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5조1367억원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24일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보유액은 1125조원으로, 지난해 말(632조원) 대비 약 두 배로 늘었다. 최근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율은 34.7%에 달한다.

그래픽=백형선·Midjourney

◇대형주 쏠림은 여전

다만 대형주 쏠림 현상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달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10위 종목이 전체 거래 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3%에 달했다. 최근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 속에서 반도체 기업의 비율은 더 높아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자우선주 등 국내 반도체 주요 3종목의 이달 일평균 거래 대금은 4조5990억원으로 전체 거래 대금의 28%에 달했다.

주가 상승세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더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15.7% 상승했으나, 중형주 지수는 5.5%, 소형주 지수는 1.5% 오르는 데 그쳤다. 이준석 한양증권 연구원은 “거래 대금이 코스피 시장, 특히 소수 대형주에 매우 강하게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코스피 4000 가시화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에 ‘코스피 4000 고지’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9일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데다, 잇따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면 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고, 빅테크 중심의 실적 기대가 상승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오는 29일 한미 정상회담, 30일 미·중 정상회담 등 연이어 예정된 굵직한 외교 이벤트들의 결과에 따라 글로벌 리스크(위험)가 커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미 무역 협상 최대 쟁점이 된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한 논의 결과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미 무역 협상 타결 기대에도 3500억달러 투자에 대한 우려로 환율 변동성 확대되고 있다”며 “협상 결과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안정 여부가 외국인 수급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