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를 이어가던 국제 금값이 하루 새 5% 넘게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어진 금 랠리(강세장)에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심리가 커져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2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5.74% 내린 트로이온스(31.1g)당 4109.1달러에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2013년 이후 최대다. 미국 대표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셰어스도 6.4% 하락했다. 이날 은도 7.2% 폭락하며 50달러 선 밑으로 내려갔다.
투자자들이 그간 가격이 많이 오른 안전 자산인 금을 팔아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 옮기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미국 기업들이 3분기(7~9월) 호실적을 발표하자 위험 자산 투자 심리가 회복된 영향이 있다. 금속 정보 업체 키트코 메탈의 짐 위코프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개선된 시장의 위험 선호 심리가 안전 자산 귀금속에 약세 요인”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주요 금 매수 주체인 인도가 최대 힌두교 축제 ‘디왈리’로 휴장한 것도 하락 요인”이라고 했다.
국내에선 ‘김치 프리미엄(같은 자산도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싼 것)’이 줄어드는 현상이 겹쳤다. 22일 국내 금값을 추종하는 ETF인 TIGER KRX금현물(-5.3%), ACE KRX금현물(-5.7%) 등의 낙폭은 국제 금값을 따르는 SOL국제금(-4.0%), KODEX 금액티브(-4.2%)보다 더 컸다. 앞서 15일 국제 금값 대비 국내 가격은 18.6% 높았지만, 전날엔 5.3%까지 내려왔다.
전망은 엇갈린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스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 투자자층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시장이 기술적 조정(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했다. 삭소 뱅크 AS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가는 “기저 매수세가 살아 있어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