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 큰 폭으로 상승했던 미국 원자력발전소 및 양자 컴퓨팅 관련주 가격이 급락했다. 원전은 AI가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기대를 모았고 양자컴 관련주는 지난 7일 발표된 노벨물리학상이 관련 분야에 수여된 후 미래의 AI 기술이 되리라는 관심이 커지며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투자금이 갑자기 몰리고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주가는 불안하게 출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테마주에 대해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너무 오른 원전주, ‘거품’ 우려에 급락
22일 미국의 대표적인 원전주 오클로는 주가가 13.9% 폭락해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주 기준으론 31.3% 하락했다. 실리콘밸리의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오클로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지지를 업고 올해 들어 주가가 500% 이상 올랐다가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원전 관련주 고평가 논란과 함께 ‘거품’이 꺼진다는 평가가 나오며 매도가 몰리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미국의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가 오클로 주식 5만여 주를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이 원전주 하락세를 더욱 부추겼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MR 개발 업체 뉴스케일파워·나노뉴클리어에너지도 각각 9.5%, 7.7%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
◇노벨상 효과 끝? 양자컴 관련주도 하락
AI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양자컴 관련주는 폭등·폭락을 오가는 중이다. 22일 리게티컴퓨팅(-9.9%), 디웨이브 퀀텀(-15.2%), 퀀텀컴퓨팅(-7.1%), 아이온큐(-6.8%), 실스크(-11.5%) 등 양자컴 관련주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양자컴 분야에서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배출되며 투자금이 일시에 몰렸다. 하지만 양자컴 주도권이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결국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며 투자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이날 구글은 세계 최초로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기존 컴퓨터가 현실적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양자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알고리즘을 구현했다고 밝히며 다른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을 유발했다.
그러나 이날 정규 시장이 마감한 후 미국 정부가 미국 양자컴 기업들과 연방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한 지분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상황은 뒤집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양자 컴퓨팅 기업들이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고 지분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직후 열린 장외 거래에서 리게티컴퓨팅(+18%), 디웨이브퀀텀(+17.6%), 실스크(+13.3%) 관련 주식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WSJ는 “양자컴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이 분야에 대한 이 정부의 관심을 보여주는 첫 번째 긍정적 신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변동성 큰 테마주 유의해야
변동성이 큰 상황임에도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9월 23일~10월 22일)간 한국 투자자는 미국 양자 컴퓨팅 관련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온큐(2억7187만달러·5위)에 이어 실스크(4814만달러·41위), 퀀텀컴퓨팅(4792만달러·42위), 리게티컴퓨팅(4620만달러·45위) 등이 순매수 50위권 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AI 테마주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짐 크레이머 CNBC 주식 전문가는 22일 소셜미디어에 “금, 은, 양자 컴퓨팅, 데이터센터, 원전 등 테마주에 투자한 투기 세력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반등을 노릴 수 있으니 속지 말고 아직 팔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팔아야 한다”고 했다.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 ETF 정보 서비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ETF 하락률이 높은 한국의 ETF 10개 중 원전·양자 컴퓨팅과 관련된 것이 7개에 달했다. 이 중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한 ‘SOL 미국원자력SMR(-16.5%)’ 및 ‘PLUS 글로벌원자력밸류체인(-14.0%)’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12.5%)’ 등 대부분이 10% 이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