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시장금리가 오른 데다, 4분기 대규모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수신금리 경쟁이 치열해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 ‘하나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2.55%에서 연 2.6%로 높였다. ‘하나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지난 7월 연 2.45%까지 떨어졌다가 9월 23일 연 2.5%로 올랐었다.
그러나 이달에만 1일과 22일 0.05%포인트씩 두 차례 인상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인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최근 예·적금 금리를 높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정기예금과 자유적금의 1년 만기 금리를 0.1%포인트씩 올렸다. 이에 따라 정기예금 1년 만기 기본금리는 연 2.6%, 자유적금 1년 만기 기본금리는 연 2.8%로 조정됐다.
케이뱅크도 지난 15일 ‘코드K정기예금’ 1년 만기 상품의 기본금리를 연 2.5%에서 연 2.55%로 0.05%포인트 올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55∼2.6% 수준이다.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상의 이유로 시장금리 상승을 든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8월 14일 2.498%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상승해 이달 21일 기준 2.587%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금리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시장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가계대출·환율·성장 등 경제·금융 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면, 이달뿐 아니라 11월에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예금 만기가 4분기에 집중돼있어 금융권 예금 금리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모두 4분기 만기 도래하는 예수금 비중이 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4분기 예수금 만기 도래 비중은 저축은행이 31.6%, 상호금융이 26.6%를 기록했다. 한은은 “수신 경쟁이 심화하면서 금융기관 간 예금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연말 자금이동 규모가 확대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