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 50만 닉스(SK하이닉스 주가 50만원)’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9만9900원을 기록,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쌍끌이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속에 주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10만원에 바짝 다가서자, 개인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주가는 결국 전날보다 0.61% 하락한 9만75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50만2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만원 선을 돌파했다. 역시 50만원을 터치한 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전날보다 1.34% 내린 4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종가 50만원 돌파를 기정사실로 보고 목표 주가를 60만원까지 높여 잡은 상태다.

AI(인공지능)발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을 타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 기업이 연일 질주하는 가운데, 두 기업의 합계 시가총액이 21일 장중 1000조원(우선주 포함)을 돌파했다. 이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과연 언제쯤 수익을 거둬들이면 되는지로 모이고 있다.

◇반도체 투톱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21일까지 83%, SK하이닉스 주가는 175% 올랐다. 작년 말 기준 두 회사 시가총액은 합계 400조원대였지만, 현재 두 배 넘게 불어났다. 5월 말까지만 해도 지지부진하던 주가는 ‘이재명 랠리’가 시작된 6월부터 오름세를 타더니 9월 이후 AI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소식이 전해지며 상승 곡선이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두 종목을 투자 바구니에 담아놓은 투자자 대부분은 현재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 한 곳인 NH투자증권을 통해 삼성전자에 투자한 고객 약 60만명의 17일 기준 평균 매수 단가는 7만1000원대로, 고객 100%가 수익을 보고 있다. 수익률도 평균 39%에 달한다. 같은 증권사에서 SK하이닉스에 투자한 고객 9만5000여 명 역시 99.7%가 수익권에 들었다. 수익률은 평균 209%에 달한다.

회사원 박모(48)씨는 “평균 매수 단가가 7만5000원인데, 8만전자·9만전자까지는 팔고 싶은 유혹을 잘 버텼는데 막상 10만 전자가 다가오니 심각하게 고민된다”며 “삼전을 가진 주변 동료 대부분이 (언제 팔지) 눈치 게임 중”이라고 말했다.

◇개미들은 궁금하다, 매도 타이밍

반도체 업황을 들여다보는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번 수퍼사이클은 진짜”라며 아직은 팔 때가 아니라고 본다. 과거 2년 주기로 등락했던 반도체 메모리 사이클은 모바일과 PC, 가전 등 소비자 중심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수요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은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등 AI 관련 투자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B2B(기업 간 거래) 수요라는 점에서 구조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런 배경 속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 사이클보다 주가가 늘 앞서갔다는 게 문제다. 2000년대 이후 몇 번의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하기 약 6~9개월 전 주가는 고점을 형성한 후 먼저 꺾인 적이 많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기업들 주가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AI 버블론도 나오고 있지만, 과거 50년간 하나의 신(新)산업이 출현하면 최소 10년은 호황이 지속됐다”며 “챗GPT 상용화가 불과 3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AI 산업이 조만간 꺾일 것으로 보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