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스피 3800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일부 대형주만 오르고 나머지는 부진한 이른바 ‘대문자 K’ 장세가 이어지면서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도 적지 않다.

내 계좌가 영 신통치 않을 때는 고수들의 전략을 참고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60%)을 압도하며 탁월한 성과를 거둔 황금손 운용사 다섯 곳에, 축구 감독이 최정예 선수를 뽑듯 주식을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상승세에 올라탄 장세 속에서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 등 네 포지션에 어떤 종목을 투입하면 좋을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더제이팀: 대형주 중심으로 정면 돌파

운용 자산 5조5000억원인 더제이자산운용의 최광욱 대표는 “지금은 대형주 주도 시장이지만, 개인들은 여전히 중소형 개별주에 치우쳐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수 네 명을 배치해 득점력을 높이는 전략을 제안했다. 인공지능(AI) 혁명에 따른 반도체 수퍼 사이클 수혜가 예상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전력 기반 시설 확충으로 구조적 호황이 기대되는 효성중공업, 그리고 이재명 정부 증시 부양 수혜주인 한국금융지주 등이 꼽혔다.

수비수에는 네이버·기아차·현대차2우B·CJ가 이름을 올렸다. 다른 팀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동차 관련주 두 종이 포함돼 눈에 띈다. 최 대표는 “기아차와 현대차2우B는 저평가된 고배당 가치주로, 주주 환원 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골키퍼 역할을 할 주식으론 대표적 고배당 방어주인 KT가 배치됐다.

◇르네상스팀: 반도체로 득점, 조방원 방어

24년 경력의 베테랑 펀드매니저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SK하이닉스를 최전방 공격수로 꼽았다. “빅테크 기업 등 수요가 빠르게 늘어 기대 이상의 실적이 이어질 것”이란 이유다. 나머지 공격수 3인방(코미코·이오테크닉스·피에스케이)은 반도체 장비 관련주였다. 미드필더 자리에는 서버용 기판 수요 증가로 수혜가 예상되는 심텍·티엘비·이수페타시스를 배치했다.

한화오션(조선), 현대로템(방산), 두산에너빌리티(원자력) 등 이른바 ‘조·방·원’ 종목은 수비수로 세웠다. 수주 잔고가 탄탄해 ‘어닝 쇼크’ 위험이 낮다는 판단이다.

골키퍼는 전력 기기 업종의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맡았다. 주가가 많이 올라 새로 사기엔 부담스러워도, 전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블래쉬팀: 엔터·바이오로 공격력 업

한국 주식만 20년 넘게 매매해 온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공격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꼽았다. 그는 “지난 30년간 금리 인하기에 반도체 업종이 꺾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미드필더로는 노머스, 파크시스템스, 오름테라퓨틱, 해성디에스를 배치했다. 노머스는 중국 등 해외 공연 매출이, 파크시스템스는 반도체 설비 투자가, 오름테라퓨틱은 표적 단백질 분해(TPD) 신약 개발이, 해성디에스는 첨단 반도체 제품인 DDR5 기판 수주가 성장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브이팀: ‘체력·기술·팬심' 삼박자로 승부

IT 버블과 리먼 쇼크(글로벌 금융 위기)를 전부 겪은 박진환 브이자산운용 대표는 “축구에서 체력·기술·팬심이 모두 중요하듯, 주식도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면서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9~10배에서 약 11배로 부담이 커진 만큼, 지금은 종목 선정이 승부처”라고 했다.

박 대표는 4-3-3 포메이션을 제안하며 포트폴리오의 21%를 삼성전자에 배분했다. 공수 전환의 핵심 역할을 맡은 미드필더에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한국전력, 전력 기기 수요가 견조한 효성중공업, 그리고 투자 시대의 총아인 한국금융지주가 이름을 올렸다.

수비진에는 외국인 관광객 수혜가 기대되는 파라다이스와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이 예상되는 네이버, 원자력 SMR 리더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뽑았다. 골키퍼에는 탄탄한 배당 성향으로 방어력이 돋보이는 KB금융을 세웠다.

◇더블유팀 : 빅3 금융사로 안정성 확보

노현복 더블유자산운용 부대표는 “상법 개정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꺼려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악재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지급 비율)은 19%에서 34%로 높아졌고, 물적 분할도 사실상 제한됐다. 그는 “미·중 관세 갈등은 단기 변수지만, 중국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비수에는 KB·하나·우리 등 빅3 금융지주사를 배치했다. 총주주환원수익률이 7%에 달해 주가 변동에도 버틸 체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