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펀드

‘디딤펀드’가 출시 1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디딤펀드는 지난해 9월 금융투자협회가 주도해 25개 운용사가 공동 출시한 연금 전용 자산배분펀드로, 원리금 보장형에 치우쳤던 퇴직연금 자금을 실적 배당형으로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 접근성이 떨어진 게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대보단 높지만 만족스럽진 않은 수익률

지난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디딤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5%로 집계됐다. 상위 10개 펀드로 한정할 경우에도 평균 수익률은 16.5% 수준에 그쳤다.

통상 연금 전용 펀드의 경우 높은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반 펀드의 수익률에는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디딤펀드의 당초 목표 수익률 또한 원리금 보장형보다 약간 높은 6% 수준이었다.

다만 올해 코스피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10%대에 머문 디딤펀드의 수익률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스피 상승률은 지난 1년간 46%, 연초 이후 59.4%에 달한다. 디딤펀드가 경쟁 상대로 삼았던 타겟데이트펀드(TDF) 또한 지난 1년 간 평균 수익률은 16% 수준으로, 디딤펀드보다 높게 나타났다.

수익률이 한정적이었던 건 디딤펀드의 포트폴리오 구성 때문이다. 디딤펀드는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포트폴리오 내 주식편입한도를 50%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 반면 TDF의 경우, 초기에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며 수익성을 추구하다가 목표시점이 다가올수록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안정형 상품 비중을 늘리기 때문에 주식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50%로 제한되어 있긴 하지만 통상 운용사 디딤펀드들의 주식 비중은 국내외 합쳐서 30% 정도”라며 “주식을 포함해 채권, 리츠 등 투자처를 다변화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증시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경우 상대적으로 로우 리턴일 수 있다”고 했다.

◇애매한 포지션에 투자자들도 외면

투자자들의 반응도 냉랭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디딤펀드 누적 펀드규모(설정원본)는 2272억원이었고, 연초 이후 약 28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25개 운용사가 한 개씩 디딤펀드를 내놓은 것을 고려할 때, 평균적으로 펀드 하나당 11억원정도밖에 유입되지 못한 것이다.

연금 펀드 전반이 부진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TDF(타겟데이트펀드)나 다른 연금 관련 상품들은 유입액 증가세가 두드러진 반면 디딤펀드는 그렇지 못했다”며 “디딤펀드의 성격상 은행 상품들보단 수익률이 높지만 실적 배당형 상품보다는 낮아, 상품성이 애매한 면이 있었다”고 했다.

디딤펀드의 접근성이 다른 연금 상품들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디폴트옵션을 활용해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는 TDF와는 달리, 디딤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펀드’ 1개를 제외하고는 디폴트옵션에 편입되어 있지 않다.

시중은행에서 적극적으로 판매되지 않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디딤펀드의 판매 비중은 증권사 77%, 은행 15%, 보험 6%, 기타 2% 순으로, 예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증권사 편중이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디딤펀드 출시 이후 은행과의 소통이 되지 않아 판매 채널이 제한적이었다”며 “협회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거나 홍보해줬다면 하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