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코스피 3800을 듣고 남편한테 우리집은 올해 주식으로 얼마 벌었냐고 물었더니... 대답 없이 방문 열고 나가버리네요.”(40대 주부 이모씨)

한국 증시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스피 3800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일부 대형주만 오르고 나머지는 부진한 이른바 ‘대문자 K’ 장세가 이어지면서 돈맛을 보지 못한 투자자도 적지 않다.

내 계좌가 영 신통치 않을 때는 고수들의 전략을 참고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올해 탁월한 성과를 거둔 황금손 운용사 5곳에, 축구 감독처럼 최정예 선수들을 뽑아 달라고 요청했다. 넘치는 유동성 장세 속에서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 등 네 포지션에 어떤 종목을 투입하면 좋을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더제이팀: 강력한 공격수와 탄탄한 수비 조합

운용 자산이 5조5000억원을 넘는 더제이자산운용은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인 최광욱 대표가 이끌고 있다. 최 대표는 “지금은 대형주장인데 개인들은 중소형 개별주에 비중을 많이 싣고 있어 소외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비 라인을 견고하게 유지하되, 공격수 4명을 배치해 득점력을 높이는 전략을 제안했다.

공격수로는 AI 혁명에 따른 반도체 수퍼 사이클 수혜가 예상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전력 인프라 확충으로 구조적 호황이 기대되는 효성중공업, 그리고 신정부 증시 부양 수혜주인 한국금융지주를 꼽았다.

수비수에는 네이버, 기아차, 현대차2우B, CJ가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는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 안정적이며, AI 기술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전망된다. CJ는 올리브영을 중심으로 국내 소비 산업에서 선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팀에서는 보기 힘든 자동차 관련주 2종이 포함돼 눈에 띈다. 최 대표는 “기아차와 현대차2우B는 저평가된 고배당 가치주로, 주주 환원 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골키퍼는 대표적 고배당 방어주인 KT가 배치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르네상스팀: 반도체로 득점, 조방원이 방어

르네상스자산운용의 이건규 대표는 24년 경력의 베테랑 펀드매니저다. 꾸준한 운용 성과 덕분에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 대표는 SK하이닉스를 최전방 공격수로 꼽았다. “후발 주자 진입 등 우려가 있지만, 빅테크 기업 등 수요가 훨씬 빨리 늘고 있어 기대를 웃도는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나머지 공격수 3인방(코미코, 이오테크닉스, 피에스케이)은 반도체 장비 관련주였다.

미드필더 자리에는 서버용 기판 수요 증가로 수혜가 예상되는 심텍, 티엘비, 이수페타시스를 배치했다.

한화오션(조선), 현대로템(방산), 두산에너빌리티(원자력) 등 이른바 ‘조·방·원’ 종목은 수비수로 세웠다. 이미 수주 물량이 많아 실적이 탄탄하고, 신규 수주 기대감도 남아 있어 ‘어닝 쇼크’ 위험이 낮다는 이유다. “IT 강세장에선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지만, 결국 기다릴 줄 아는 투자자가 이긴다”고 했다.

골키퍼는 전력기기 업종의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맡았다. 주가가 많이 올라 새로 사기엔 부담스러워도, 전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중국 배터리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반사 이익이 기대되지만 정치적 변수로 주가가 묶여 있는 삼성SDI는 ‘벤치에서 대기 중인 주전 후보’로 꼽혔다.

✅블래쉬팀: 반도체 축, 엔터·바이오로 공격력 업

한국 주식만 20년 넘게 뚝심 매매해 온 블래쉬자산운용의 백지윤 대표는 올해 10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백 대표는 팀의 득점을 책임질 ‘공격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배치했다. 백 대표는 “지난 30년간 금리 인하 국면에서 반도체 업종이 꺾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중원’을 맡은 미드필더에는 노머스, 파크시스템스, 오름테라퓨틱, 해성디에스를 올렸다.

공연 플랫폼 기업 노머스는 중국 등 해외 매출 성장이 기대되고, 파크시스템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설비 투자 수혜가 예상된다. 바이오 기업 오름테라퓨틱은 기존 항체·약물 접합체(ADC)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해성디에스는 서버용 DDR5 패키지 기판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으로, 수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실적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수비수로는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 경동나비엔, BTS 완전체 복귀로 모멘텀을 얻고 있는 하이브, 고성장 대비 저평가된 달바글로벌, 서버용 MLCC 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삼성전기가 이름을 올렸다. 골키퍼에는 저평가된 지주사 한화가 배치됐다.

올해 코스피에서는 대형주가 중소형주를 압도하며, 종목 간 온도차가 한층 뚜렷해졌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브이팀: 체력·기술·팬심… 삼박자로 승부

“축구에서 체력·기술·팬심이 모두 중요하듯, 주식도 삼박자를 고루 갖춘 종목을 찾아야 한다.”

IT 버블과 리먼 쇼크 등 숱한 시장의 풍파를 견뎌낸 역전의 노장, 박진환 브이자산운용 대표의 말이다.

그는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로, 과거 평균인 9~10배보다 부담이 커졌다”며 “상대팀의 압박이 거센 경기처럼, 지금은 빌드업이 쉽지 않은 장세라 종목 선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공격수 4명, 미드필더 3명, 수비수 3명으로 이뤄진 4-3-3 포메이션을 제안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선수는 삼성전자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21%를 담당했다.

공격수에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비만 신약 개발 라인업이 풍부한 한미약품, 마스가(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의 주역인 현대중공업, K방산의 대표 주자인 현대로템을 내세웠다.

공수 전환의 핵심 역할을 맡은 미드필더에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한국전력, 전력 기기 수요가 견조한 효성중공업, 그리고 투자 시대의 총아인 한국금융지주가 이름을 올렸다.

수비진에는 외국인 관광객 수혜가 기대되는 파라다이스와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이 예상되는 네이버, 원자력 SMR 리더인 두산에너빌리티를, 골키퍼에는 탄탄한 배당 성향으로 방어력이 돋보이는 KB금융을 세웠다.

올해 한국 코스피는 59% 상승해 전세계 주요국 중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더블유팀 : 빅3 금융 지주사로 안정성 확보

노현복 더블유운용 부대표는 “한국 주식시장은 소액 주주 보호를 강화한 상법 개정 이전과 이후로 나눠 봐야 한다”며 “오랜 시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꺼려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악재들이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약 19% 수준이던 상장사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지급 비율)은 올해 34%까지 높아졌고,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등 2010년 이후 300회 이상 진행됐던 기업 물적 분할은 사실상 제한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코스피 내 외국인 투자 비중은 30~38% 사이였는데, 최근 외국인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33% 수준”이라고 했다.

미·중 관세 갈등은 단기적 변수로 주의할 필요가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비수에는 빅3 금융지주사(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가 배치됐다. 이미 총주주환원수익률(배당+자사주 매입·소각)이 7%에 달해 주가가 흔들려도 버틸 수 있고, 연말에 분리과세 관련 정책이 바뀌면 더욱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