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즈 소프트(life is soft·삶은 다정하다)”
강릉 강문해변이 보이는 바닷가. 홍시와 고구마 등 제철 재료와 강릉 커피 등 현지 재료로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을 파는 작은 가게가 보인다. 원물 그대로의 색과 향을 뽐내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가득 퍼 그릇에 담고 있는 사람은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으로 유명한 이욱정 PD다. KBS 스타 PD였던 그가 강릉의 아이스크림집 사장으로 변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사어(死語)가 되고 있는 시대다. 정년퇴직을 한다 해도 앞으로 살날이 살아온 날만큼 남았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코인과 배당 투자 등으로 재정적 독립을 이뤄 조기 은퇴를 하는 ‘파이어족(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열풍은 전 직장보다 한 단계 낮춘 재취업이라는 씁쓸한 결과만 많이 만든 채 빠르게 사라졌다. 지금은 잘하고 원하는 일을 은퇴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노파이어족(영원히 은퇴하지 않는 사람들)’ 시대다.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은퇴 스쿨’에서는 ‘노파이어족’ 기획을 신설하고 21일 첫 시간으로 이욱정 PD가 출연했다. 그는 KBS PD를 그만둔 후 자신의 브랜드로 더욱 잘나가는 PD다. 영상 콘텐츠 제작 회사 마인드앳플레이를 창업해 국내 최초 와인 다큐멘터리 ‘신의 술방울’, 현대자동차의 50년을 담은 ‘더 그레이트 헤리티지’ 등을 제작했다. 요리를 통한 도시 재생 사회적 협동조합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래 일하고 오래 버는, 많은 이가 꿈꾸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일까요?
<1>내 돈으로 요리 유학, 나만의 경쟁력을 키워라
이욱정 PD가 영국 ‘르 꼬르동블루’로 유학을 떠난 건 ‘누들로드’로 성공한 이후였다. 그는 그 성공을 이어 다양한 음식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었지만, 회사에서는 “이제 음식 좀 그만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 음식만 가지고 하지 말고 다른 것도 두루두루 하라’는 말이었지요. 그런데 그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음식 다큐멘터리인 ‘요리 인류’도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휴직을 하고 요리 학교를 간 거예요. ‘요리 학교까지 갔다 오면 이제 다른 거 안 시키겠지’ 싶었거든요. 제 돈으로 다녀오느라 그때 진 빚을 갚느라 아주 고생했지만요.”
<2>‘영업력’은 일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그렇게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직장인이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PD는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회사 예산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한다는 건 조직 체계상 불가능하죠. 그래서 전 제가 제작하고 싶은 다큐멘터리의 예산을 직접 따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내가 따온 예산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성공시키는데 뭐라고 할 사람은 없지요.”
이런 그의 ‘영업력’은 KBS를 그만두고 자신의 사업을 하는 데도 가장 중요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좋은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목과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다른 곳 가서 ‘뭐 달라’고 하는 말을 조금 꺼리죠. 가오가 안 선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끊기는 순간 모든 예산은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거예요. KBS 다닐 때는 기획안 올리면, 카메라 감독 붙여줘, 차량도 줘, 거기다 월급도 주잖아요? 회사를 그만둔 순간 그건 다 내 돈으로 해야 하는 거죠. 다행히 전 KBS 있을 때부터 스스로 펀딩을 받아 일했기 때문에 ‘KBS 명함 없어도 살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어 덜 고민하고 나왔어요.”
<3>퇴사 후 삶은 바다 수영 같은 것
‘노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낙관주의’와 ‘호기심’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도전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를 갖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내 삶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이에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죠. 대리가 되고, 차장이 되고. 그런데 퇴사 후에는 바다에서 수영하는 거예요. 갑자기 파도도 치고, 밑에 가오리도 지나가고. 수영을 잘해도 두렵죠. 그런데 그만큼 리프레시가 돼요. 호기심과 경외감도 생기고요.”
그가 강릉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게 된 것도 오랜 그의 호기심이었다. 10년 전 이탈리아에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부터 ‘세상 모든 재료는 아이스크림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그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신라호텔이 강릉에 오픈하는 ‘신라 모노그램’ 단지 내의 신개념 푸드코트 사업의 일환이었다. 더 그로브 테이블이라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은 특급 호텔의 F&B의 기능을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에 조성하는 새로운 발상의 프로젝트였다. 지난 8월 중순 개장 이후 이미 강릉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 곳을 이 PD는 (강릉을 커피 명물로 만든) 테라로사 커피 창업자인 김용덕 대표와 함께 기획했다.
이렇게 열게 된 그의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이 PD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조선일보 머니’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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