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계좌가 위험 자산 투자 한도를 초과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증권사에서 이런 안내를 받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만 적용되는 ‘안전 자산 30% 룰’ 때문이다.
퇴직연금(DC·IRP) 계좌는 예금·채권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안전 자산’, 주식형 펀드·ETF(상장지수펀드)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위험 자산’으로 분류한다. 정부는 노후 자산은 수익만큼 안정성 확보도 중요하다는 취지로, 안전 자산 비율을 전체 적립금의 30%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험 자산은 최대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연 2~3%대 예금이나 채권에 돈을 묶어 두려니 수익률이 아쉽다는 이가 적지 않다.
이런 투자자를 겨냥해 나온 틈새 상품이 이른바 ‘채우기 ETF’다. 안전·위험 자산을 함께 담은 혼합형 상품으로, ‘안전 자산 30% 룰’을 지키면서도 투자 효율을 높이고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자산 운용사에 문의해 ‘채우기 ETF’ 신상품을 추천받아 분석했다.
◇퇴직연금 70% 규제에도 추가 수익 내는 법
올해 출시된 ‘채우기 ETF’는 나스닥·S&P500 등 미국 대표 주가 지수에 연동되는 상품이 많다. 성장성이 높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안정적인 채권으로 하방을 막는 ‘창과 방패’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운용사별로 상품 특색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액티브운용의 ‘KoAct 미국나스닥채권혼합50액티브’는 미국 나스닥 25종목과 국내 단기채권을 절반씩 섞은 액티브 펀드다. 엔비디아·팔란티어 등 소수 종목에 압축적으로 투자한다. 다만 운용역 판단이 시장과 어긋나면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50액티브’는 나스닥100 지수와 미국 단기채(6개월 미만)에 각각 50%씩 투자한다. 보수가 업계 최저인 0.05%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50’은 나스닥100과 미국 단기채를 각각 50%씩 섞은 분산형 상품이다. 위험 자산으로는 나스닥100 ETF인 QQQM(인베스코 나스닥100)을 비롯해 엔비디아·애플 등을 편입했다. 앞서 6월 나온 ‘PLUS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은 미국 S&P500 ETF인 VOO(운용사 뱅가드), SPLG(SPDR), IVV(블랙록) 등을 고루 담았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50액티브’는 알파벳·메타·테슬라 등 글로벌 테크 대표주와 한국 단기채(만기 3~6개월)를 섞은 상품이다. 총비용은 0.52% 정도로 경쟁 상품 대비 다소 높은 편이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은 분배금을 매달 지급하는 월 배당 상품으로, 미국 대표 지수 S&P500과 10년물 미 국채를 반반 섞었다. 다른 상품과 달리 장기채를 담아서 금리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50액티브’는 위험 자산 편입 비율을 종전 30%에서 지난달 50%로 높이고 상품명도 바꿨다. 현재 3000억원 넘는 자금이 모여 있다.
◇TDF로 위험 자산 비율 94%까지 높이는 법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비율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는 현재 퇴직연금에선 안전 자산으로 분류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TDF2060액티브’는 글로벌 주식 80%, 국내 채권 20%로 구성돼 있다. 이를 ‘안전 자산 30%’ 몫으로 전액 편입할 경우 계좌 전체의 위험 자산 비율은 94%까지 늘어난다. 은퇴 시점(2060년)이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율이 줄어들며, 투자 기간이 10년 이상 남은 자산 축적기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단 정부가 TDF 가운데 ETF 형태 상품은 안전 자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투자 판단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싶다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월 출시한 ‘TIGER 미국초단기(3개월 이하)국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직접 매수했다고 알려진 미국 ETF ‘SGOV(운용사 블랙록)’의 국내 버전이다. 매달 한 주당 30~35원의 분배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퇴직연금 위험 자산 비율이 70%를 초과했다’는 알림톡이나 문자를 증권사에서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익 난 상품을 급히 파는 등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위험 자산 비율을 70% 아래로 조정하지 않으면 새 상품을 추가로 살 수는 없어 신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