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빗썸라운지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한국과 글로벌 주식 및 금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가운데 가상 화폐 가격만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자금이 전통적 안전 자산인 금은 등으로 몰리면서 당분간 가상 화폐 시장에 찬바람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한 주간 3.3% 하락한 11만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달 초 12만6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후 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시총 2위 이더리움도 1.8% 하락했다. 엑스알피(리플) -3.8%, 솔라나 -0.8%, 도지 -3.6% 등 대부분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가상 화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 주식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더리움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비트마인’은 지난 한 달간 주가 하락률이 9.5%였다. 같은 기간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주가가 13.7%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현재 57% 수준인 대중(對中) 관세에 11월부터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 11일 밝히는 등 미·중 통상 분쟁이 악화할 조짐이 보이자 불안이 번지며 가상 화폐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 지역 은행 부실 조짐이 보이는 것도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 화폐의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해 ‘디지털 세상의 금’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위기가 닥치자 ‘진짜 금’으로 자금이 더 몰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셧 패럴 펀드스트랫 디지털 자산 전략 책임자는 최근 “현재 자본은 명확하게 금으로 쏠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낮은 변동성과 함께 각국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안전판’ 역할을 하는 자산”이라고 했다.

가상 화폐 비관론은 짙어지고 있다. 19일 존 글로버 레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가상 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가상 화폐의 상승 흐름이 저물며 2026년 말까지 지속될 수 있는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확신한다”며 “비트코인은 7만~8만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